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변수에 유연 대응도 떨어져
전체 물 이용량의 40% 차지 농업용수,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와 협의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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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서남권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으로 하루 65만t에 달하는 공업용수 공급이 필요해지면서 국가 물관리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에는 불순물을 제거한 초순수(UPW)가 대량으로 필요한 만큼 기존 농업·생활용수 중심의 물관리 방식으로는 첨단산업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10년마다 수립되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으로는 AI와 반도체 산업처럼 급변하는 수요를 적시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용수를 댐 여유 용량과 발전용수, 농업용수 체계 조정 등을 통해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영산강·섬진강 유역의 주암댐 수리권 조정과 농업용수의 산업용수 전환 등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농업계는 산업용수 확보를 위해 농업용수를 줄이는 방식에는 반발하고 있다. 영산강 수질은 농업용수로도 활용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산업에는 상대적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농민에게는 수질이 낮은 물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공정한 물 배분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논란은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도 나타났다. 용인 국가산단은 하루 107만t의 용수가 필요해지면서 기존 계획을 수정해 팔당댐뿐 아니라 화천댐 발전용수까지 활용하기로 했다. 국가첨단산업단지가 들어설 때마다 기존 용수계획을 뒤늦게 수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으로 물관리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꼽는다. 2018년 물관리 일원화 이후 수량·수질·홍수관리 등 대부분의 기능은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통합됐지만, 국내 물 사용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용수는 여전히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한다. 이 때문에 산업용수 확보를 위해 농업용수를 전환할 때마다 부처 간 협의를 거쳐야 해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정책 추진도 지연된다는 지적이다.
정권마다 달라지는 용수 정책도 장기적인 물관리의 걸림돌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는 신규 댐 건설을 중단하고 보 개방 정책을 폈다. 윤석열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신규 댐 14곳 건설을 추진했지만, 이재명 정부는 이 가운데 7곳을 취소하고 나머지는 공론화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9월 정부가 신규 댐 건설 계획을 변경하자 “불과 얼마 전까지 기후위기 물 부족을 이유로 신규 댐 14곳 건설을 추진하더니, 이제는 기존 수리권 조정과 댐 운영 개선만으로도 대규모 산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같은 부처, 같은 부서에서 정권에 따라 물 부족의 해법이 크게 다르다”며 정책 신뢰성 훼손을 비판했다.
물관리 계획의 경직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15년을 내다보면서도 2년마다 수정되지만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10년 단위로 수립된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급성장이나 기후변화 같은 대형 변수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산업단지가 조성될 때마다 별도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정치적 판단에 따른 정책 변경까지 겹치면서 지역사회와 생태계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물관리 정책의 중심축을 산업 경쟁력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농업·생활용수와 환경 보전을 함께 고려하는 국가 차원의 종합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한정된 물을 어떤 원칙과 절차에 따라 배분할지 사회적 합의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은 기업만의 자원이 아니며, 산업 경쟁력과 지역의 물 이용권, 농업, 생태계 보전을 함께 고려해 한정된 물을 어떤 절차로 배분할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환경적 비용은 누구에게 전가되는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부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미래 100년의 물관리를 위해 수자원 인프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장기적 예산투자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며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용수댐은 재정 여건이 열악하고, 전문인력이 부족해 홍수 시 비상 방류 등의 신속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구체적인 플랜을 세우고 국가기관이나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수자원 시설물을 개선해 기후 변화나 산업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물관리 종합 마스터플랜은 지역의 물관리 현황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미래 물 수요·공급 여건을 예측해 분야별 관리전략과 단계별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최상위 계획으로 기능한다”며 “상수도, 하수도, 하천, 물 재이용, 재난관리 등 관련 사업 간 연계성을 강화하고, 중복투자를 방지하며, 재원의 효율적 배분과 사업 우선순위 설정이 가능한 마스터플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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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연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