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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름의 은행 지점 두곳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영업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 현실화할지도 모른다.
미주 한인은행 가운데 자산규모 1·2위인 BBCN뱅크와 윌셔은행의 통합으로 캘리포니아와 뉴욕·뉴저지 지역에서 경쟁하고 있는 두 은행의 지점 66개가 통폐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지리적인 인접성 이유만으로 무조건 통폐합하지 않는다는 내부방침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통합작업을 주관하는 두 은행의 합병 위원회(Consolidation committee)가 최근 가진 첫번째 실무회의에서 거론돼 주목된다.
통합의 존속기업(Surviving Company) 위치에 있는 BBCN뱅크의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케빈 김 행장은 21일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통합 발표 이후 두 은행의 지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다소 동요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라며 “통합위원회 1차 미팅에서도 물리적인 통폐합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이 나와 신중하게 논의할 참”이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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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윌셔은행측 위원에 따르면 단순히 두 은행의 현 지점들이 거리상 인접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폐합하기 보다는 그대로 두고 서로 경쟁하는 긴장관계를 유지시켜 실적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점수를 줄이는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다.
현재 BBCN은 캘리포니아에 28개, 뉴욕·뉴저지에 8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윌셔은행은 캘리포니아에 22개, 뉴욕·뉴저지에 8개를 두고 있다. 두 은행의 이 지역 지점 66개 가운데 23개가 1마일내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이른바 ‘중복지점’이다. 통합은행은 지점수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30여개로 줄일 것으로 예상돼 지점망 통합과정에서만 약 150명이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합병위원회가 1차 실무회의에서부터 지점 통폐합을 신중하게 하자는 분위기를 나타낸 것으로 미뤄볼 때 폐지될 지점수는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접 거리에서 같은 통합은행 이름의 간판을 걸고 경쟁할 경우의 부작용 등이 추후 검토되겠지만 적어도 통합하자마자 대규모의 해고 사태가 발생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두 은행 관계자들의 말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