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8회를 보면서 제작진이 이 신선한 드라마를 전개시키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세계와 웹툰세계를 넘나든다는 설정 자체가 ‘맥락이 없는‘ 상황이지만 맥락에 사로잡혀 사건 전개가 지지부진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W’속 이야기는 작가가 만든 세계이자 설정상 작가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세계다.(캐릭터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다른 드라마에 비해 엄밀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으로 돌아가도 되고, 꿈으로 설정해도 된다. 설정치만 부여하면 이종석과 한효주는 얼마든지 밑도 끝도 없이, 소위 맥락 없는 키스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현실세계의 오연주(한효주)가 ‘웹툰W’에 빨려 들어가 주인공 강철(이종석)을 만나면서 캐릭터의 설정값에 따라 존재의 이유와 숙명이 정해지며 색다른 긴장감과 충격을 선사하는 로맨틱 서스펜스 멜로드라마가 될 수 있다. 17일 방송된 8회에서 두 사람은 달달했던 ‘웹툰 W’ 속편의 끝을 선택, 그 동안 함께 했던 모든 일이 꿈이라는 설정값을 만들기로 했고, 처음 만났던 옥상에서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하기고 했다.
그런데 캐릭터들의 그런 상황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니 드라마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캐릭터의 작법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게 된다. 드라마를 좋아하고 웹툰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이 세계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고 열광할 수 있지만 일반 시청자들이 여기까지 관심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작가가 만든 캐릭터중 강철의 가족들을 모두 죽였다는 범인(괴한)은 ‘자기의지’가 아니라 뭔가 자기만의 목적을 위해 느닷없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자살시도를 했던 이종석이 죽어버리면, 자신의 존재의미가 없어지게 돼 “허락없이 왜 죽어”라고 한다.
웹툰 작가이자 창조주인 오성무(김의성 분)가 만들어내는 ‘웹툰 W’속 여주인공은 윤소희(정유진 분)이다. 강철의 옆을지키는 능력 있는 여비서이자 친구이며 강철을 사랑하는 여자다. 냉철함과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지녀 웹툰 팬들에게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한데, 한효주(오연주)가 이 세계에 들어와 강철과 결혼까지 해버리니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 ‘소희’가 점점 자신의 팔다리를 잃어가며 소멸되는 모습이 나왔다.

이에 강철은 오연주와의 결혼은 위장결혼이며 “난 평생 네가 필요하다”는 말로 윤소희의 소멸을 막았다. 강철은 오연주에게 “다시 여길 떠나게 되면 그림 하나만 그려줘요. 내가 꿈에서 깨는 장면. 두 달 전에 우리가 처음 만난 그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모두 꿈으로 만들어줘요”라고 부탁했다. 소멸되어 가는 친구들을 그냥 둘 수도 없고, 오연주의 죽음도 볼 수 없는 강철은 오연주를 ‘인생의 키’라고 생각하기 전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들에 시청자들은 묘하게도 빠져든다. 욕망까지 동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신선하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가상(웹툰)과 현실세계의 넘나듦을 통한 멜로의 장애요인 또한 시어머니의 반대나 불치병 같은 같은 상투성을 완전히 벗어나 있어 좋다.
물론 이런 상황과 장면들이 드라마를 자세히 보지 않는 일반 시청자들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시청률을 올리는 일반적인 방법은 이종석과 한효주의 달달한 멜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W’는 ‘先신선 後상투‘의 방식이 아니라 계속 신선하게 나가고 있다. 캐릭터 작법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조금 지루할 때도 있지만, 지금의 방식을 완급조절해가며 계속 견지하기를 기대한다.
과거라면 ‘W’ 같은 드라마는 시청률 7~8%를 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발칙한 상상력이 바탕이 된 장르적인 성취를 이루면서 멜로구조까지 집어내며 그보다 훨씬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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