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LA총영사관 ‘뒷북행정’ 유감

사상 초유의 코로나 19 감염 확산 사태 가운데 터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인한 전국적인 항의시위 사태로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3개월째 이어진 영업 중단 사태로 많은 한인 영세 소상공인들은 생업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됐고, 일자리를 잃고 실업상태에 놓이게 됐거나 근무시간 축소로 수입이 급감한 한인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참담한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죽음으로 촉발된 전국적인 시위가 일부 폭력 사태로 변질돼 한인사회는 28년전 4·29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3,000여 한인 업소들이 불에 타거나 파괴되고 약탈돼 수많은 한인들이 평생 일군 일터와 재산을 하루 아침에 잃었고, 한인 청년이 총에 맞아 사망했던 4·29의 아픈 기억을 가진 한인 사회의 걱정과 우려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LA 한인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자택대피령’이 내려진 지난 3월 20여 한인단체들이 참여해 구성해 가동 중이었던 ‘커뮤니티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LA시와 LAPD,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 등 각급 정부기관과 24시간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한인타운을 지키고, 한인업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다운타운, 멜로즈, 베벌리힐스 지역 등에서 방화와 약탈사태가 확산되던 지난 5월 29일밤 LA한인회와 비상대책위는 LA시장실, 시의원,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등과 접촉해 주방위군의 한인타운 배치를 타진했고, 지난 2일 실제 병력이 배치되면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 LA한인회에 비상대책위원회의 상황실을 설치해 한인 업주들의 피해 상황을 접수·집계했으며, LA카운티와 시정부 관계기관에 한인들의 피해상황을 보고하는한편, 피해복구 지원 및 보상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한인 피해 업소들이 정부기관으로부터 피해보상과 복구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3개월째 이어진 이번 재난상황에서 LA총영사관의 모습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재난 사태에 무대책으로 일관한 LA 총영사관의 태도는 동포사회에 큰 실망을 안겨줬습니다.

폭력 시위 사태로 수십여개 한인 업소들의 피해사례가 LA한인회와 비상대책위원회에 시시각각 접수되고 있던 지난 2일 총영사관측은 한인 피해가 전무하다고 밝히는가 하면, LA한인회와 비상대책위에 40여건의 피해가 집계된 지난 6일에는 단 9건의 피해가발생했다고 한국 정부와 한국 언론에 밝히는 등 정확한 피해 현황 파악은커녕 오히려 한인피해를 축소하는 듯한 모습으로 혼선을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또, 서류미비 신분으로 인해 미국 정부 구호지원을 받지 못한 많은 저소득 한인들 문제에 대해서도 법과 규정만을 들먹이며 자국민 보호에도 무기력했습니다. 정작 이들을 끌어안은 것은 LA 한인동포사회였습니다. 여러 한인교회들과 한인 독지가들이 성금 30여만달러를 모아주셔서 LA 한인회는 1차 400여명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었고, 2차로 구호기금 지원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LA 총영사관이 뒤늦게 이번 재난사태에 대응한다며 일부 한인단체들을 총영사관으로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져 LA한인회를 비롯한 여러 한인단체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3개월 전부터 LA 한인회를 비롯한 한인 단체들이 함께 발족한 ‘커뮤니티 비상대책위원회’가 발족해 상시체제로 가동되고 있는데도 LA총영사관이 뒤늦게 또다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려는 것은 재난사태에 대한 한인사회와 LA지역 각급 정부의 대응에 큰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LA시장실과 시의회,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LA 한인회 등이 구성해 가동 중인 현재의 ‘커뮤니티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번 재난사태 기간 중 LA 한인사회의 유일한 단일창구로 인정하고, 긴밀히 소통하고 있는 상황에서 LA 총영사관의 구태의연한 ‘뒷북 행정’은 총영사관의 피해사례 축소 집계에서 보여줬듯이 창구를 이원화시켜 효과적인 대응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LA지역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LA 총영사관이 해야할 일은 한인 커뮤니티단체들을 불러들여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를 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자국민보호라는 총영사관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주재지역 정부 및 사법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정부차원의 정책적 대안을 이끌어내고, 한국 정부에도재난 피해를 당한 LA지역 한인들을 위한 보다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힘을기울여야 합니다. 이것이 LA 총영사관이 해야할 일입니다.

이민역사 110년을 넘어 120년을 향하고 있는 LA 한인사회는 총영사관의 영사들이 실적 쌓기에 몰두하는 시험무대가 아니라 60만 한인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LA 총영사관이 한인사회를 진심으로 돕고자 한다면 이미 가동 중인 한인 커뮤니티의 비상대책위원회를 도외시한 채 ‘옥상옥’을 만들어 실적만을 과시하려는 구시대적 시도는즉시 중단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또,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관성으로 굳어온 관료주의적 자세도 이제는 탈피해야합니다. 총영사관이 한인 사회나 단체들을 관리하려 들거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끌고가려는 시대착오적이고 관료주의적 발상도 버려야 할 것입니다. 21세기 문재인 대통령의 민주정부 3기 정부에서 LA총영사관도 달라져야 합니다.

동포 사회에 군림하려 들거나 동포 사회를 주도하고 끌고 나가려는 과거의 구습은 시민사회가 성숙해 있는 LA 한인사회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LA 한인회와 한인사회는 LA 총영사관이 항상 낮은 자세로 동포들을 위해 복무하고, 동포들을 위해 무엇을 도울 수 있는 지를 고민하는 공관으로 거듭 날 수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2020년 6월 11일

축소-로라 전 한인회장

로라 전/ LA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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