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가 기존 은행 업계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핀테크 업체 지코(Jiko)가 미네소타 미드 센트럴 내셔널 뱅크를 전격 인수했다.
정확한 인수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통화감독청(OCC)과 .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the Federal Reserve Bank of San Francisco)의 인수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미국의 최대 (P2P, 개인 간 직거래) 대출업체 렌딩클럽이 1억 8500만달러에 인수한 ‘라디우스’의 경우 인터넷 전문 은행으로 경우 오프라인 지점망이 없고 핀테크 업계 최초로 신규 은행 설립 인가를 받은 ‘바로 머니’는 아직 은행을 출범하지 않았다. 이로써 지코는 핀테크 업체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관리를 받는 전통 은행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로 기록됐다. 최종 인수합병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미드 센트럴 뱅크를 인수한 지코는 골드만삭스 출신의 트레이더 스테판 리트너가 2016년 설립한 핀테크 기업이다. 지코가 인수한 미드 센트럴 내셔널 뱅크는 지난 1957년 설립된 은행으로, 미네소타 주를 본거지로 미 중서부 일대에 영업망을 갖춘 중소형 은행이다.
지코는 운영 방식도 기존 은행과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지코는 미드 센트럴 내셔널 뱅크 인수와 함께 고객의 자금을 은행의 예금계좌가 아닌 재정증권으로 입금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일반적인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대출로 활용해 이자수익을 올리거나 국채를 사들이는데 지코의 경우 이 입금액을 은행의 데빗카드를 통해 사용하거나 ATM을 통해 인출할 수 있도록.했다. 즉 고객이 고객의 돈을 그대로 활용하는 소비자 은행으로 상업용과 리테일 등으로 분류되는 일반 은행과 그 운영방식이 다르다.
지코의 예금은 연방예금공사(FDIC)가 아닌 증권 투자가 보호 기관(SIPC)가 보증하며 원금 보장액수는 50만달러로 FDIC(25만달러)보다 높다..
지코는 은행 인수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는 대로 예금계좌와 현금카드 서비스 등을 통합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출시할 계획이다.
|
지코의 창업자인 스테판 리트너는 “지난 금융위기 당시 부실대출로 인해 은행의 예금 안정이 위협받는 것을 경험했다”며 “이후 소비자가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중간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자신의 돈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고안하게 됐다. 고객은 자신의 돈이 어떻게, 어디에 사용되는 지 투명하게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의 급성장은 은행 인수가 아닌 기업 가치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디지털 결제 기반 핀테크 스타트업 스퀘어 시가총액(707억달러)이 151년 역사의 골드만삭스(705억달러)를 넘어 섰다.
양사의 시총은 얼마 후 다시 역전됐지만 핀테크 업체 스퀘어가 금융업계의 메이저 플레이어인 골드만삭스를 추월한 것은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퀘어의 주가는 올해 들어 코로나 19라는 악재속에서도 무려 140%나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약 650억달러로 725억달러인 골드만삭스와의 격차를 점차 좁히고 있다.
스퀘어의 경쟁기업 페이팔 역시 그 성장세가 무섭다. 페이팔은 이미 두 달전 미국의 대형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일시적으로 추월한 바 있다.
지난주 현재 두개 기업의 기업 가치(시총)은 페이팔이 2475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가 2254억달러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연내 역전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실례로 페이팔는 주가는 올 들어 90%나 오른 반면 미국 증시 은행주 흐름을 반영하는 KBW 뱅크 인덱스는 32% 떨어졌다.
JMP시큐리티즈의 데빈 라이언 애널리스트는 CNBC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시장은 기업 미래 성장과 현재 가치를 구분하고 있으며 금융은 보다 성숙하고 고도로 규제 된 산업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며 빠른 디지털 결제가 가능한 페이팔과 스퀘어가 두 자릿수가 넘는 매출 성장을 거뒀다”며 “이에 반해 미 대형은행들은 대출, (상업, 일반 , 모기지 모두 포함)위험도가 커지며 이에 대비해 수십억 달러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확보하며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 연준이 기존 금리 제로로 유지함에 따라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진 것도 시총 차이가 줄어든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인은행 관계자들도 핀테크 업체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한인 상장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가 금융 변화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반면 기존 은행들은 이에 뒤늦게 발을 맞추다 보니 고객들의 눈높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핀테크 업체의 경우 오프라인 지점 운영비, 막대한 인건비, 운영순익 등 기존 은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슈자체가 없어 수익창출이 훨씬 용이하다. 한인은행 역시 1세대가 아닌 1.5세, 2세의 경우 상당수의 고객이 대형 은행 혹은 핀테크로 넘어가는 추세다. 디지털 분야의 혁신이 필요한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