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차질로 미국 신규 주택 완공 두어달 씩 지연

미국에서 코로나19 발(發) 건설자재 조달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지난해 2월 캘리포니아주(州) 시미벨리 단독주택 건설 현장 앞에 신규 주택 분양 중임을 안내하는 광고판이 걸려있다. [AP]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문짝 없는 차고, 홈통 없는 지붕…’

미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건설자재 조달에 영향을 주며 신규 주택 완공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0년 말~2021년 초 강한 주택 수요에 부응해 신규 주택 공급 시장에 뛰어든 주택건설업자들 중 상당수가 완공을 못해 판매 중단에 몰렸다고 보도했다.

펜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 운송 지연 등으로 주택 건설에 필수적인 창문, 차고 문, 가전제품, 페인트 등의 조달에 차질이 빚어져서다.

주택시장 조사업체 존다(Zonda)에 따르면 작년 11월 조사에서 주택건설업체 10곳 중 9곳이 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경험 비율은 약 90%로, 작년 1월 같은 조사의 75%보다 소폭 증가했다.

건설업체들은 기존 공급망이 아닌 소매상에서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거나, 대체재로 바꾸거나 다른 자재 공급업체를 찾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예정된 공기를 맞추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또 자재 조달 지연은 건설인력 스케줄에도 영향을 미쳐, 건설업자는 숙련된 건설 노동자를 찾기 어려워졌다.

플로리다주(州) 리버뷰에 있는 건설업체 웨스트베이는 통상 조달 예상기간인 2개월 보다 훨씬 빠른 6개월 전서부터 창문을 주문했지만, 공사는 예정된 기간 보다 30~60일 가량 지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주로 활동하는 윌리엄홈즈는 작년 약 500채 건설을 계획했지만, 공급망 차질로 80%인 400채만 완공했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선 차고 문 자재 공급이 달리자 작년 11월 시 당국이 임시 차고 문을 달아도 완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임시 조치를 내놨다.

이 곳 뿐 아니라 상당수 건설업자들이 주택 판매 일정을 예정보다 늦췄으며, 일부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디자인 사양이나 옵션을 줄이고 있다고 존다의 알리 울프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문제는 이처럼 건설업자의 완공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가 소비자 가격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이다. 실제 작년 11월 미국 신규 주택 중위가격은 41만 6900달러(5억 195만원)로 1년과 비교해 18.8% 급등했다. 일부 건설업자들은 집 값이 잠재적인 주택 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를 벗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수요자로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신규 주택 입주가 늦어지면, 예전보다 더 비싼 금리로 새 집을 마련해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기존 주택 재고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주택 수요가 급증하자 미국에선 주택 건설이 붐을 이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작년 11월 현재 건설 중인 단독주택은 전년 동월 대비 28.3%로 급증했다. 이는 계절조정 수치로 2007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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