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해주세요” 경찰 50여 명 뚫고 이재명 코앞서 급습한 범인…경호팀도 미가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이원율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현장 일정 중 신원미상의 남성으로부터 흉기로 습격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이 남성이 이 대표를 급습한 범행 장면이 공개됐다. 현장에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50여 명의 경찰 병력이 배치됐지만 이를 막아내지 못했다.

‘내가 이재명’ 종이왕관 쓴 범인, “사인해주세요”하며 접근

2일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범인은 이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에 둘러싸여 문답을 진행하던 중 지지자인 척 취재진을 뚫고 다가가 습격했다.

이 대표가 카메라와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고개를 약간 숙이고 걸어가고 있는데, 취재진 뒤로 '내가 이재명' 문구가 적힌 파란 종이 왕관을 머리에 쓴 범인이 취재진을 뚫고 이 대표에게 접근했다. 이 대표 바로 코앞까지 다가간 범인은 갑자기 이 대표의 목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피습한 용의자가 흉기를 든 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뉴시스]

영상에는 이 대표의 피습 직후 '악' 하는 주변 사람들의 비명과, "뭐야, 뭐야, 뭐야" 하고 당황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고스란히 녹음됐다. 이 대표는 습격을 당한 뒤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고, 범인은 주변 사람과 경찰에 의해 바로 제압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남성은 "사인해주세요"라며 취재진 사이를 뚫고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목격자는 "머리에 '내가 이재명' 이렇게 쓰고 돌아다녀 열혈지지자인 줄 알았다"면서 "너무 깜짝 놀라 목소리가 다 떨리고, 이 대표가 피를 많이 흘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도 "처음부터 미친 사람처럼 보이거나 그러지는 않았고, 갑자기 범행했다"면서 "체포 직후 소리를 치거나, 외치는 등 이상 행동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50명 넘게 있었지만 막지 못했다…전담 경호팀 미가동

이재명 대표가 이날 부산에서 피습할 당시 돌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관 50여명이 주변에 있었지만, 지지자로 변장한 용의자의 기습을 막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아니기에 전담 경호팀은 따로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 대표 일정과 관련해 부산 강서경찰서 소속 기동대 1개 제대 23명과 형사 등 직원 26명을 포함해 50여명이 경비를 위해 배치됐다.

통상 경찰은 당대표급 정치인의 공개 일정 중 사람이 많이 몰려 인파·교통정리가 필요하고 우발적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볼 때 관할서 소속 경찰 병력을 이 정도의 규모로 배치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피습 당한 뒤 119 구급차로 후송되고 있다.[연합]

이날 이 대표가 습격 당할 당시에도 경찰관은 주변에서 안전 관리를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용의자는 이날 '이재명 지지' 등 글자가 쓰인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쓴 채 이 대표 지지자 모임을 뜻하는 '잼잼 자봉단' 머리띠까지 두른 탓에 지지자로 오인해 사전에 위험 인물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배치된 경찰 병력은 이 대표를 전담 마크하는 '경호' 인력은 아니었다.

경찰은 당 대표 등 정치인을 대상으로 평상시 별도 경호팀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다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범죄 예방 목적으로 경호 경력이 있는 경찰관들로 꾸려진 전담 보호팀을 가동해 밀착 경호한다.

필요에 따라 거리 유세를 할 때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고 판단되면 경찰서별 신변보호팀을 근접 배치한다.

한편 이 대표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지혈 등 응급조치를 받았고, 10여분 정도 현장에서 구급차를 기다리다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검거한 60∼70대로 보이는 용의자를 부산 강서경찰서로 이송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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