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져”·“기다리다 성격 버렸다”…퇴근길 명동 버스대란에 시민들 ‘뿔났다’

4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시민들이 퇴근을 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시민 안전을 고려해 명동입구 정류장에 노선 표시 시설물을 설치했다. 하지만 30여개에 달하는 광역버스가 정해진 위치에 정차해 승객을 태우려고 길게 늘어서며 교통 체증이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상식적으로 세상에 퇴근 싫어하는 직장인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저는 아닙니다. 회사 사람들 다 퇴근한다고 좋아할 때 저 혼자 가슴 답답해지고 관자놀이 쪽이 아파와요.”

평일마다 분당행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이모(30) 씨가 최근의 명동 퇴근길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평소에도 교통 정체가 만만치 않았던 서울 명동 인근의 퇴근길이 지난달 말부터 ‘완전한 지옥길’이 됐다고 했다. 이씨는 “명동 정류장에 버스 노선 안내판이 설치된 이후로 퇴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배로 늘어났다”며 “이제는 정류장 앞에 줄지어 있는 버스를 생각하기만 해도 속 터지고 혈압이 오른다”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명동 일대의 퇴근길 교통 체증이 극심해지면서 시민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교통 체증이 가장 심한 곳은 서울역에서 숭례문을 거쳐 명동 입구에 이르는 약 1.8㎞의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정류장에 노선 표시 안내판이 들어서면서부터 교통 문제가 심화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명동입구 광역버스정류소의 혼잡도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지난달 26일 인도에 승차 위치 안내 표지판을 설치했다. 명동입구 정류장의 29개 노선 버스가 모두 정해진 표지판 앞에 정차한 뒤 승객을 탑승시키도록 체계를 바꾼 것이다. 기존에는 일부 노선만 표지판 앞에 줄을 서 탑승하는 방식이었다.

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명동입구 버스 탑승 쳬계를 ‘개선했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가 추진한 M버스 도심 진입 확대, 광역버스 입석 금지 대책 등으로 명동입구에 정차하는 광역버스 노선이 증가하면서 안전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다. 시는 또 운수회사가 정류소 바닥에 일부 노선번호만 표시해 탑승객들이 확인하기 어렵고 탑승객 간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지난 3일 오후 7시께 경기도 용인에 사는 직장인 임모(33) 씨가 찾아본 명동입구 폐쇄회로(CC)TV 영상. 명동입구 일대에 광역버스들이 줄지어 있다. [독자 제공]

하지만 시민들은 탑승 체계가 개선된 건지 모르겠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직장인 임모(33) 씨는 ‘오후 6시 칼퇴’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했다. 임씨는 “오후 6시에 숭례문에서 버스를 타도 명동까지 가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리더라”라며 하소연했다.

이어 임씨는 “이전에는 오후 6시 숭례문에서 버스를 타면 집에 아무리 늦게 도착해도 오후 8시 정도였다”라며 “용인에 사는 게 죄라면 죄겠다. 너무 불편해 버스에 원한이 맺혔다”라고 말했다.

동탄행 버스를 자주 탄다는 직장인 신모(37) 씨도 임씨와 같은 불만을 제기했다. 신씨는 최근 퇴근길에 쏟아붓는 에너지가 많아 약속도 잡지 않는다고 했다. 신씨는 “하루 모든 스트레스는 버스에서 받는 것 같다”며 “버스 기다리다가 성격 다 버리게 생겼다”라고 불평했다.

명동 일대 퇴근길 정체로 시민의 불편이 늘자 시는 4일 명동입구 노선 중 일부(경기 수원 방면 운행 5개 노선)의 정차 위치를 이달 중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또 “명동입구 정류소를 운행하는 광역버스가 만차까지 대기했다가 출발하는 등 정체를 유발하는 문제 개선을 위해 현장 계도 요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시는 서울 도심으로 오는 광역버스를 줄이기 위해 도심 진입 전에 회차하고 시내 대중교통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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