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 직원 줄이고 인건비 늘어…”구조조정 효과 없이 고위직만 연봉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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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소재 한인은행의 직원수는 줄었지만 임금지출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는 구조조정에 따른 지출 감소효과에 의구심을 갖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남가주 소재 한인 6개 은행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제출한 2023년 실적 보고서(call report)를 보면 고용 인원은 직전년 대비 줄었지만 임금 지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남가주 소재 한인은행의 직원수는 총 2674명으로 2022년 대비 10% 가량인 301명이 줄었다. 하지만 은행들의 총 급여 규모는 4억318만 달러로 1년 사이 1700만달러 (4.3%)가량 증가했다. 1인당 평균 급여는 2022년 12만9915달러에서 15만 777달러로 16.1% 늘었다.

인력 감소에도 지출이 늘어난 이유는 팬데믹 이후 이어진 장기간의 호황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직원 임금 자체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별로는 6곳 중 4곳의 직원이 줄고 2곳은 증가했다.

우선 직원이 증가한 곳은 US 메트로 뱅크와 오픈뱅크다. US 메트로 뱅크는 LA 한인타운 올림픽 지점 오픈과 함께 일부 사업부서의 추가 고용까지 이어져 2022년 124명이 2023년 151명으로 22% 가깝게 늘었다. 오픈뱅크도 221명에서 222명으로 1명 증가했다.

직원수가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전년(1555명) 대비 19.7%가 줄어1248명이 된 뱅크오브호프였다.

뱅크오브호프는 조직개편과 업무 효율 개선을 목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올해 역시 추가 감원이 예상되고 있다.

뱅크오브호프를 제외하면 CBB가 179명이 169명으로 5.6% 감소해 그 뒤를 이었다.

한미의 경우 2022년 624명에서 614명으로 1.6%줄었고 PCB는 272명이 270명으로 감소폭 기준 0.7%에 그쳤다.

줄어든 직원수와 달리 임금은 CBB를 제외한 5개 은행 모두 증가했다.

CBB의 경우 직원이 1명 줄었을 뿐 인데 급여는 16.8%나 감소했다. CBB 내부 관계자는 “이같은 감소폭은 직원 1명의 이탈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 임금과 관련한 지속적인 조정과 인원 교체에 따른 임금 변화도 있었다”고 전했다.

남가주 소재 한인은행 중 급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US메트로뱅크로 2022년 1762만달러에서 2143만달러로 400만달러(21.6%)나 늘어났다. 이외에 8.9%가 늘어난 오픈뱅크와 7%의 한미, 4.7%의 PCB 그리고 3.9%의 뱅크오브호프 순이었다.

1인당 평균 급여는 뱅크오브호프가 17만 3600달러로 1위였고 US 메트로(14만2000달러)가 2위 오픈과 CBB가 각각 13만2300달러와 13만1600달러로 3~4위를 나타냈다. 한미와 PCB는 각각 12만 8000달러 수준으로 차이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인상장은행의 한 고위 간부는 “뱅크오브호프가 많은 인원을 줄였고 타 은행도 신입사원 선발을 줄이거나 미루고 퇴사나 해고 등에 따라 발생한 공석을 충원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전체적인 직원 수가 줄었다”라며 “하지만 지난 수년간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임금을 꾸준히 올려왔고 여기에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한 상승폭과 영업망 확장을 진행 중인 은행들의 스카웃 효과도 더해져 전체 지출(임금)은 줄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소폭의 구조조정이라도 했으니 지출 증가폭(임금 관련)이 이 정도에 그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반 직원들은 해고에 따른 지출 감소효과가 얼마나 되는 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인은행의 한 중견직원은 “지난 수년간 임금 인상의 수혜는 중간급 이상 간부급이 누렸지 일반 직원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상승 정도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으며 실제 인원은 줄었는데 임금 지출을 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 뒤 “경제상황이 어렵고 은행의 실적도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윗선의 임금은 계속 오르고 혜택도 좋아지고 있다. 임원과 간부들에 대한 지출만 줄여도 많은 직원을 내보낼 필요가 없고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인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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