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 진짜 승부는 12단부터”…SK 잡고, 마이크론 추격 저지할까 [비즈360]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 개발에 성공한 12단 HBM3E 제품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민지·김현일 기자] 삼성전자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한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업계 최초로 36GB 12단 HBM3E(5세대 제품) 개발에 성공했으며, 이달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8단 제품을 양산 중인 SK하이닉스 보다 한발 빠른 속도로, 12단 제품부터 터닝포인트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같은 시기 마이크론도 HBM3E 대량 양산 및 12단 제품 로드맵을 밝히면서, HBM 시장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시장 점유율 50%을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더욱 ‘방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속도로 확대되는 AI의 필수 제품 HBM을 둘러싸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3파전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같은 두께로 12단 구현·성능 50%↑”…삼성, 기술력으로 ‘반격’=삼성전자는 27일 36GB 12단 HBM3E 제품 개발 성공을 발표하며 용량 및 성능 개선을 강조했다. GPU 사용량을 줄여 같은 비용으로 더욱 향상된 AI 학습·추론이 가능하다는 점도 내세웠다.

12단 HBM3E는 초당 최대 1280GB의 대역폭과 현존 최대 용량인 36GB을 제공한다. 이는 1초에 30GB 용량의 UHD 영화 40여편을 업(다운)로드 할 수 있는 속도다. 전작(8단 HBM3) 대비 성능과 용량이 모두 50% 이상 개선됐다.

GPU 사용량이 줄어 기업들의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서버 시스템에 12단 HBM3E를 적용하면 8단 HBM3를 탑재할 때 보다 평균 34% AI 학습 훈련 속도가 향상되고, 추론의 경우에는 최대 11.5배 많은 AI 사용자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단수가 높아졌지만, 제품 높이는 8단과 동일하게 구현했다. 삼성전자의 자체 기술 ‘어드밴스드 TC NCF(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 덕분이다. HBM 제품 단수가 점점 점차 고단으로 전환되면서 ▷줄어드는 칩간 간격 ▷칩 두께가 얇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휘어짐 현상’ 최소화 ▷발열 방지 등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삼성은 ‘어드밴스드 TC NCF’ 기술을 적용하면 ‘휘어짐 현상’을 최소화 할 수 있어 고단 적층 확장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NCF 소재 두께도 지속적으로 낮춤으로써, 업계 최소 칩간 간격인 ‘7마이크로미터(um)’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8단 HBM3 대비 20% 이상 향상된 수직 집적도를 실현했다.

HBM 적층 경쟁이 고단화 되는 가운데, 삼성은 차별화된 NCF 기술력으로 차세대 HBM 시장 승기를 잡겠다는 포부다.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6세대 제품인 HBM4에서는 단수가 2026년 12단, 2027년 16단으로 확장되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요구될 전망이다.삼성은 6세대 제품인 16단 HBM4 제품에서 칩과 칩 사이 갭을 완전히 없애고, 칩을 완전히 붙이는 신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SK ‘수비’·삼성·마이크론 ‘공격’’…HBM3E 본격 ‘3파전’=삼성전자는 이달 12단 HBM3E 샘플을 고객사에게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상반기 중 양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마이크론도 12단 HBM3E 제품 로드맵을 밝히면서, HBM 시장을 둘러싼 ‘SK-삼성-마이크론’의 3파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3개 회사는 1~2달 차이로 차세대 HBM 제품 개발 및 양산을 준비 중으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론은 26일(현지시간) 24GB 8단 HBM3E 제품의 대량 양산을 시작했으며, 엔비디아의 ‘H200 텐서코어 그래픽칩(GPU)’에 탑재될 것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또한, 다음달에는 36GB 12단 HBM3E 샘플칩을 고객사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보다 약 한 달 늦은 속도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8단 HBM3E 제품 초기 양산을 시작했지만, 아직 12단 HBM3E 제품은 개발 단계다.

마이크론 HBM3E 제품 [마이크론 홈페이지]

SK하이닉스는 가까운 시일 내 8단 HBM3E 엔비디아 인증을 완료해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2단 제품도 JEDEC 표준 규격에 맞춰 8단과 같은 높이로 구현할 것이며, 고객 일정에 맞춰 순조롭게 제품화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HBM 기술 발전이 예상보다 빠르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마이크론은 HBM 시장에서 약 10% 내외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내년까지 이를 25% 수준만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3사의 본격적인 ‘전쟁터’가 될 12단 HBM3E 제품은 AI 반도체 시장 성장을 견인할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앞서 딜로이트는 AI용 반도체 시장이 올해 400억 달러(약 53조원)에서 2027년 4000억 달러(약 533조원)까지 10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사들의 고용량 솔루션의 니즈가 커지는 가운데, HBM 제품 적층 경쟁과 성능 개선을 위한 기술력 혁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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