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공동 연구진. 강덕진(왼쪽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철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용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강은정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학생연구원, 김영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장내 미생물이 장 건강을 유지시키는 핵심요인을 밝혀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실험동물자원센터 이철호, 김용훈 박사 연구팀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강덕진 박사 연구팀과 함께 장내 미생물에서 유래한 신규 단백질이 장 항상성을 유지하게 하는 원리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장 노화 및 장 손상 억제를 위한 장내 미생물 유래 신규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장(腸)은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하고 영양소를 흡수해 우리 몸이 제 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필수적인 장기다.
장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명을 다한 장 상피세포는 떨어져 나가고, 장 줄기세포에서 새로운 장 상피세포가 재생하는 순환이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노화 등으로 장 줄기세포의 재생 능력이 저하되면 장 상피세포의 불균형으로 이어져 소화 불량,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인간의 건강 유지와 질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에서도 장내 미생물은 단백질, 대사물질, 세포 외 소포체와 같은 생리활성물질 분비를 통해 인간의 대사와 면역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미생물 중 하나인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 이하 아커만시아)는 장 점막층에 서식하는 균주로, 장 건강 유지 기능과 함께 대사질환을 포함한 당뇨, 염증성 질환 및 암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아커만시아가 분비하는 Amuc_1409 단백질이 장 줄기세포의 재생 능력을 조절해 장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아커만시아가 다양한 조건에서 분비하는 단백질을 분석해 아커만시아의 장 건강 유지 기능에 관련성이 높은 단백질로 Amuc_1409를 주목했다.
Amuc_1409는 인간과 마우스 장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장 줄기세포 증식과 장 상피세포로의 성장을 활성화하고 방사선에 노출되거나 항암제로 인해 손상된 장의 재생을 촉진했다.
또한 노화하여 장 줄기세포의 재생 능력이 저하된 마우스 모델과 고령 마우스를 통해 제작된 장 오가노이드에 Amuc_1409를 투여하자 장 줄기세포의 수와 재생 능력이 회복됐다.
구팀은 이러한 Amuc_1409에 의한 장 건강 개선 효과는 Amuc_1409가 세포와 세포를 이어주는 분자인 E-cadherin(epithelial-cadherin, 상피 카데린 단백질)과 결합해 상호작용하며 장 줄기세포의 재생 신호전달 체계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라는 기전도 규명했다.
이철호 박사는 “이번 연구는 출연연 간 협력 연구를 통해 장 미생물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가 분비하는 미지의 단백질이었던 Amuc_1409의 장 항상성 유지능력과 그 기전을 규명한 것”이라며 “향후 노화 또는 손상에 의한 다양한 장 질환에서 장 건강 개선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4월 6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