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6곳 “올 하반기 수출 증가”…원자재·고환율 ‘이중고’는 변수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모습.[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대기업 60% 이상은 올해 하반기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 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2대 수출 주력업종을 영위하는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152개사 응답)으로 ‘2024년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기업의 63.2%는 작년 동기 대비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36.8%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선박(100.0%) ▷석유화학(75.0%) ▷바이오헬스(72.7%) ▷자동차부품(70.0%) ▷전기·전자(68.3%) ▷일반기계(54.5%) ▷자동차(50.0%)는 절반 이상의 기업이 하반기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 응답했다. 반면 ▷철강(46.2%), ▷석유제품(0.0%)은 감소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이 더 많았다.

올해 하반기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기업들은 ‘업황 개선으로 인한 수요 증가’(35.4%), ‘신기술 개발 등 제품경쟁력 강화’(15.6%)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하반기 수출 감소를 예상한 기업들은 ‘원자재 및 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33.9%), ‘중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25.0%) 등을 주요 요인으로 지적했다.

응답기업의 10곳 중 약 8곳(79.0%)은 올해 하반기 수출 채산성(수출을 통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작년 하반기에 비해 비슷(50.0%)하거나 악화(29.0%)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채산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업 비중은 21.0%에 그쳤다.

채산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보다 많은 업종은 ▷석유제품 ▷바이오헬스 ▷석유화학 ▷전기전자 ▷철강 ▷일반기계였다.

반면, 채산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이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보다 많은 업종은 ▷선박 ▷자동차 ▷자동차부품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인협회 자료]

채산성 악화 요인으로는 ‘원유·광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38.7%), ‘수출단가 인하’(22.7%),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13.6%) 등을 꼽았다.

올해 하반기 수출에 영향을 미칠 리스크는 ▷원부자재 단가 상승(29.0%) ▷글로벌 저성장 추세로 인한 수요 회복 지연(27.6%)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및 중동 분쟁 확대(15.1%) 등이었다.

특히, 중동정세 불안정 등으로 하반기 유가 불안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판관비·운영비 등 비용 절감(40.8%) ▷제품가격 인상(21.7%) ▷공급망 다변화(20.4%)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으로 ▷외환시장 안정성 강화 조치(19.6%) ▷원자재 수입 관련 세제지원(17.9%)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확대(17.5%) ▷물류 차질 방지 지원(13.2%) ▷정책금융 확대(12.5%) 등을 꼽았다.

기업들이 올해 하반기 수출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환율은 평균 1332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6월 27일 기준 1390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미국 금리인하 지연, 엔저 지속 등 환율 불안요인이 계속되는 만큼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가 많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올해 하반기 수출은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등의 호조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둔화, 환율 불안정, 반도체 경쟁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선거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법과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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