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아동병원 내리꽂힌 러 순항미사일, 서방 부품 들어간 듯”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로널드 레이건 재단에서 연설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부터 사흘간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찾았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우크라이나 최대 아동병원을 타격해 다수의 인명피해를 낸 러시아 미사일이 서방제 부품으로 생산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일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서방의 대러 제재 '구멍'이 있는 게 사실상 확실한 격이 된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과 군사 전문가들은 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아동병원을 때린 러시아 미사일이 Kh-101 공대지순항 미사일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키이우 도심 오흐마트디트 아동병원을 향해 사선으로 내리꽂히는 미사일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분석한 결과, Kh-101 특유의 날개 모양과 둥근 상자모양 동체, 외부에 달린 터보팬 엔진 등을 식별할 수 있었다.

미사일에 맞은 오흐마트디트 아동병원은 건물 일부가 통째로 무너졌다. 의사 등 성인 2명이 사망하고 어린이 7명 등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주목할 점은 Kh-101이 서방제 부품 공급 없이는 만들어지기 힘든 무기라는 것이다.

사정거리가 3500km에 이르고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는 kh-101는 2012년에 실전 배치됐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2021년에는 연간 56발만 생산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420발이 만들어져 생산량이 거의 8배 가량 늘었다. 미사일 생산에 필요한 서방제 전자부품은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물품으로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에 떨어진 Kh-101 미사일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적지 않은 수의 서방제 부품이 발견됐다고 알려왔다.

가령 올해 1월 확보된 Kh-101 잔해에선 16점의 서방제 전자부품이 나왔다. 대부분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애널로그 디바이시스, 인텔 등 미국 기업이 생산한 것이었다.

FT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서 제공받은 분석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Kh-101 미사일 한 발에 많게는 50여종 서방제 부품이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부품들은 모두 중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태국 등지의 서방 기업 현지공장에서 생산되는 것들이며, 별다른 제한 없이 구매해 중국 등을 경유해 러시아로 보낼 수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9일(현지시간) 30여명 사망자를 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병원 공습 사안을 주제로 긴급 회의를 진행했다.

조이스 음수야 유엔 인도지원조정실(UNOCHA) 사무차장보는 "병원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은 전쟁 범죄"라며 "가해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러시아를 강한 어조로 규탄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주유엔 프랑스 대사 또한 러시아의 의도적 공격임을 주지하며 국제법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방공 시스템 탓으로 돌렸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민간 표적을 공격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