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격침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킬로급 공격 잠수함 '로스토프온돈' [EPA]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에서 러시아의 주요 해군 전력 자산인 잠수함을 격침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는 이같은 사실을 부인해 귀추가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성명을 통해 전날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구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의 킬로급 공격 잠수함 '로스토프온돈'을 미사일로 공격해 침몰시켰다고 밝혔다.
로스토프온돈은 2014년 취역한 잠수함으로, 전장 73.8m와 잠항 배수량 3100톤으로,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러시아 흑해함대의 잠수함 4척 가운데 1척으로 알려졌다.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으로 승조원 52명을 태울 수 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인 보리스 로진은 이 잠수함이 정박 중인 세바스토폴의 선박 수리 공장에서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만약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격침은 흑해함대 잠수함의 첫 침몰 사례가 될 것이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또 이번 공격으로 잠수함 뿐 아니라 크림반도 S-400 방공시스템의 미사일 발사대 4기도 파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 반응은 예상외로 평온하다. 러시아가 임명한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2일 잠수함 방어 훈련이 실시됐고 "도시의 모든 것이 평온하다"며 우크라이나군의 격침 주장을 사실상 부인한 것이다.
이번 공격이 발생한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의 영토다. 영국 정보당국은 지난해 9월 로스토프온돈함이 세바스토폴항 조선소에서 정비를 하다가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이 잠수함을 수리해 최근 세바스토폴항 근해에서 기능 점검을 위한 운항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로스토프온돈함의 파괴로 흑해의 우크라이나 영해에서 러시아 함대는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CNN 방송의 군사 분석가인 세드릭 레이턴은 "러시아는 칼리브르와 그와 유사한 미사일을 사용해 발전소와 같은 우크라이나의 핵심 기반 시설을 공격해왔기 때문에 칼리브로 미사일로 무장한 러시아 자산을 제거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군사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의 대공 포대를 파괴하면 크림반도 상공이 열리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투기가 더 많은 러시아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3월 세바스토폴항에서 러시아의 상륙함 2척과 순찰선 1척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20척 이상의 러시아 해군 함정을 무력화하거나 파괴해 러시아가 흑해 함대의 3분의 1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 최악의 해군 전력 손실은 2022년 4월 흑해함대 기함인 유도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호가 침몰한 사건이 꼽힌다. 지난해 10월 촬영된 위성사진을 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잇단 공격에 일부 해군 함정을 세바스토폴항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현재 우크라이나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20% 정도를 점령한 상황에서 교착이 지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 지상군의 진격을 힘겹게 방어하면서 서방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이나 자체 개발한 무인기로 러시아 진영을 점점 깊이 타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