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주도의 LCC 재편…“알짜 먼저 골라간다” [투자360]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엔데믹 이후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여행·항공업계가 호황기를 맞을 채비에 한창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 재편이 예고됨에 따라 풍부한 유동성을 앞세운 전략적투자자(SI)가 투자매물 검토에 활발하게 나서 인수·합병(M&A)업계의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에어인천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인수계약 관련 협상을 마무리하고 이날 구속력 있는 매각 기본합의서(MA)를 체결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소시어스 컨소시엄이 조상하는 펀드에 1000억원 상당을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의 선결조건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이 성사를 앞둔 가운데 항공업에 꾸준한 관심을 보였던 투자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타임라인이 시장 전망과 엇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영향에서다. 대한항공은 이번 합의서 체결 이후 연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최종 심사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아울러 통합 LCC 출범을 점치는 시장 관계자들의 셈법도 복잡하다. 양대 항공사 산하에 있던 LCC 3사(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가 하나로 합쳐지면 업계 지도가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본시장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특히 사모펀드 간 손바뀜을 뜻하는 세컨더리 거래가 아닌 현금실탄이 풍부한 기업 등 SI가 LCC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는 점이 특징적이다.

대명소노그룹은 최근 티웨이항공 콜옵션(매도청구권)을 만기보다 두 달여 앞선 시점에 행사했다. 계열사 소노인터내셔널과 대명소노시즌을 통해 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보유하던 티웨이항공 지분 24.9%를 매수했다.

이로 인해 티웨이항공의 주주가 향후 보유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등의 변화를 꾀할 경우 대명소노그룹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대명 측과 티웨이항공 최대주주 예림당과의 티웨이항공 보유 지분율 격차는 4.84%포인트에 불과하다.

대명소노그룹은 여전히 티웨이항공 지분매입과 관련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본격적인 항공사업으로의 진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자본시장의 온도차는 다르다. 대명소노그룹의 자금력과 항공업에 대한 기회모색 행보를 감안하면 기존 최대주주 예림당과의 장내 지분 경쟁 혹은 1대주주 지분매입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앞서 제주항공 역시 자체 네트워크를 활용해 티웨이항공 등 경쟁사 현황을 파악했던 바 있다. 티웨이항공 인수기회를 마련하지 못한 제주항공은 시장 내 다른 매물로 눈길을 돌린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이후 통합LCC 출범시 제주항공 등 LCC 경쟁사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LCC 매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외에 플라이강원은 지난달 23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를 결정 받았다. 생활가전 기업 위닉스가 인수한 플라이강원은 파라타항공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출발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5월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후 1년여 만에 분위기 반전을 앞뒀다.

위닉스는 효력상실된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 및 리스사에 반납한 항공기 재도입 등 운항 재개를 위한 여정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업계가 추산하는 플라이강원 경영정상화 대금은 인수자금을 포함해 350억~750억원 내외다. 운영자금 비용이 더해질 경우 1000억원 내외가 초기자금으로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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