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민감국가 포함은 외교정책 문제 아냐”…보안 규정 어겼다?

미국 에너지부 전경. [UPI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외교부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한 것을 두고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17일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출입기자단에 보낸 공지에서 미국 측과 접촉한 결과 이렇게 파악됐다며 “미국 측은 동 리스트에 등재가 되더라도 한미간 공동연구 등 기술협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은 외교부에 한국 연구원들이 DOE 산하 연구소 등에 출장이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보안 규정을 어긴 사례가 적발돼 명단에 포함됐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DOE는 최근 한국이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 SCL)으로 분류됐다고 국내기자단 질의에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분류 시점은 지난 1월 초로 바이든 행정부 시절이다. 민감국가로 지정된 배경 등에 대해서는 최근까지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다.

국내 언론에선 이 결정을 두고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간 원전 기술 분쟁과 국내 핵무장론 확대, 12·3 계엄사태와 탄핵정국 등이 그 배경으로 거론됐으나, 실제로는 기술적 문제인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과거에도 한국이 DOE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됐다가, 미측과의 협의를 통해 제외된 선례도 있다”고 밝혔다.

미 회계감사원(GAO) 보고서 등에 따르면 한국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DOE의 민감국가 명단에 올라 있다가 1993년 제1차 한미 과기공동위원회에서 한국 측의 시정 요구와 국내외 정세 변동을 계기로 1994년 7월 해제됐다.

정부는 이번에도 명단이 철회되도록 미국 측과 협의한다는 방침이지만, 다음 달 15일 발효까진 시한이 촉박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외교부는 “정부는 한미간 과학기술 및 에너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미 정부 관계기관들과 적극 협의 중이며, 해당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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