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원생 10명 중 1명만 “창업 도전”…실패·취업포기 부담

한경협, KAIST·GIST·UNIST·GIST 학생 조사
‘창업 필요’ 87.8%…실제 창업 의향은 36%
“창업 실패를 안정적 소득 놓치는 리스크로 인식”
기술 인재들 재도전할 제도적 안전망 구축해야


대전광역시 유성구 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부 학생들이 반도체 회로 기판 생산에 사용되는 반도체 웨이퍼와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국내 4대 과학기술원(KAIST·GIST·UNIST·GIST) 학생들은 창업 실패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창업보다 교수·연구원이나 대기업 취업 등 안정적 진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 기업가정신발전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4대 과학기술원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창업 실태를 조사(302명 응답)한 결과 창업을 본인의 진로로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10.9%에 불과했다.

과기원생들이 희망하는 진로는 ‘학계·연구기관(교수·연구원 등)’이 39.4%로 가장 많았으며 ‘대기업 취업(25.5%)’, ‘전문직(18.9%)’이 뒤를 이었다.

이공계 창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7.8%로 높았지만 창업 의향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36.1%)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창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실제 창업 의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창업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앞으로도 고려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6%에 불과했다.

과기원생들이 창업 도전을 꺼리는 이유는 부담감이었다. 창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응답자(94.4%)들은 창업을 고려하거나 시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실패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리스크 부담’(28.3%)을 꼽았다. ‘안정적 취업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부담’(26.4%)이 그 뒤를 이었다.

창업 실패가 향후 취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응답자의 36.4%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해 창업 실패를 자산이 아닌 ‘리스크’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김민기 KAIST 교수는 “과기원생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커리어가 보장됐다고 인식하는 만큼 창업 실패에 따른 위험과 기회비용을 더 신중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창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경험은 재도전이나 역량 축적의 과정이라기보다 안정적 소득과 경력을 놓치는 위험 요소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과기원생들의 창업 장려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높았으나 실제 교육 경험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6명(60.6%)은 기업가정신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높게 인식했다. 이는 필요성이 ‘낮다’는 응답(10.3%)의 약 6배에 달했다. 반면, 실제로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0.1%에 그쳤다.

과기원생들이 희망하는 세부 교육 주제로는 ‘사업화·투자유치(35.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연구 성과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구체적 역량에 대한 교육, 즉 실패 확률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한편, 가족·친구·교수 등 주변에서 기술 기반 창업에 도전한 지인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28.8%였는데, 이들 중 과반(55.2%)은 해당 사례가 본인의 창업 의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지상철 고려대학교 세종창업지원센터장은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거나 창업에 도전한 선배들의 경험이 공유될수록 학생들이 창업을 막연한 위험이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지로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업 실패를 재도전의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며 “재창업 지원, 학업 복귀 연계, 실패 이력에 대한 제도적 보호 등 리스크를 완화하는 정책이 병행될 때 학생들의 도전 의지가 실질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기업가정신발전소장은 “기술 인재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이 자산이 돼 재도전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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