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비료 가격이 밀어올린 밥상 물가

수입량 많은 비료·사료가격 인상 불가피
중동戰 탓 수급차질, 농가 생산비 부담
하반기 일부 농·축산물 가격 추가 상승
프랜차이즈 “가격 인상해도 이상할 것 없어”


김밥·자장면 같은 서민 음식부터 삼겹살·삼계탕·면류까지 외식 메뉴 전반이 오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경기도 고양의 한 농자재 센터에 쌓여있는 요소 비료의 모습. [연합]


비료·사료 가격이 이달 중 본격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중동 전쟁으로 원유 수급 차질과 고환율, 글로벌 해상운임 증가 등 인상 요인이 겹친 영향이다. 하반기 식품·외식 물가의 ‘도미노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축산농가 생산비용의 60~70%를 차지하는 사룟값은 이달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말 발발한 중동 전쟁의 추이를 지켜보며 구매를 미뤘던 업계의 재고분이 바닥을 드러내면서다. 한 사료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금방 끝날 거라는 말에 구매를 미뤄왔는데 재고를 다시 채워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곡물 가격만 반영됐던 과거와 달리 환율, 유가 인상으로 해상운임과 국내 생산·유통 비용이 전부 오르면서 사료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환율과 함께 치솟고 있는 국제 해상 운송료다. 주요 원료인 수입산 곡물 가격도 최근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옥수수의 국제 시세는 3월 31일 기준 부셸(1bushel=약 27㎏)당 4.5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부셸당 7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뒤 하락하다, 최근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대두의 국제 시세도 지난해 부셸당 10달러 수준을 기록하다 최근 11달러대로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값 인상으로 공장에서 생산한 사료를 전국으로 운송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커졌다”며 “기름값을 시작으로 곡물값, 해운비 등 차례로 비용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채소·과일 농가의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 충남 지역에서 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4월부터 비료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평소 한 달 치 비료만 사놓는데,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더 사둬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국내 비료업계는 요소, 암모니아 등 수입 원료 의존도가 높아 고환율과 수급 위기를 동시에 맞았다. 원유 수급난에 LPG 난방 등을 사용하는 농가도 예년보다 부담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료·사료 가격이 오르면 농·축산물의 도소매가도 출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소비자 체감 물가는 유통 채널에 따라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소규모 식자재 마트나 개인 슈퍼는 가격 변동에 취약한 반면, 전국 단위 유통망과 대규모 사전 직매입·재고 관리 시스템을 갖춘 대형마트는 일정 기간 가격 방어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채소류는 여름철 파종 시기 수급 변동이 커질 수 있고, 축산물은 사료비 인상분이 하반기 시세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하반기 이후 일부 신선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즉각적인 변화는 외식 물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104만명에 달하는 자영업 가맹점주를 둔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이미 “가격 인상 없이는 못 버틴다”는 반응이 나온다. 치킨 업체는 특히 전국적인 고병원성 조류독감(AI) 확산으로 한 차례 타격을 입은 상태다. 수입산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 업체는 국제 시세 상승과 고환율에 취약하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은 전체 시장을 위축시킨다. 악순환의 고착화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여러 비용 인상 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가격 인상 말고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한두 달 이내에 가격 인상을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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