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 석달 만에 40%P 하락
은행, 외화예금 유치 등 LCR 방어
![]() |
미국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대금결제 등 운전자금이 상승하자 달러에 대한 수요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중동 리스크가 더욱 심화할 경우 은행이 비상 상황 대비 적정 수준 보유해야 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권은 유동성 방어 총력에 들어갔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면서 은행권 달러 유동성 지표도 떨어지고 있다. 이번 달 9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외화 LCR 비율(잠정)은 150.26~204.93%으로 집계됐다. 이중 3곳이 전년 말 대비 하락했다.
특히 4대 은행 중 A 은행의 경우 전년 말 대비 무려 44%포인트 가량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개전 직후인 2월 말과 대비하면 약 30%포인트 내렸다.
LCR이란 고유동성자산을 향후 30일간 순현금유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은행이 위기 상황에서도 한달 동안 적정한 수준의 현금을 보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유동성 지표’다.
최근 LCR 하락의 주원인으로는 기업들의 달러 수요가 꼽힌다. 고환율 상태가 지속되면서 각종 대금 결제 비용 등 기업의 운전 자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4대 은행의 외화 대출 잔액은 올 1월 말 63억5200만달러에서 3월말 68억4100만달러로 증가했다. 투자 차익 실현 차원에서 예금자들이 달러 예금을 인출한 것도 한 몫했다.
은행들이 외화채권 차환(롤오버) 규모를 축소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높은 조달 비용을 감수하며 채권을 새로 발행하는 대신 보유한 달러로 만기 채권을 상환하는 ‘디레버리징’을 택했다는 추측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채 3년물 금리는 개전 직전인 2월 22일 연 3.381%에서 3월 22일 3.940%으로 뛰었다.
금융당국이 정한 외화 LCR 비율은 80%로 은행권의 유동성 지표는 아직까지 ‘매우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대형 은행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환율이 상승하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위험가중자산(RWA)도 늘어나 건전성 리스크가 심화할 수 있다.
당장 은행권은 외화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등 외화 LCR 방어에 공을 들일 전망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자칫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평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사태가 더 지속된다면 외환 리크스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물밑으로 미국과 통화 스와프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8원 오른 1481.40.6원으로 출발했다. 미국-이란간 종전협상 신중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수급 불균형에 중동 리스크라는 악재까지 겹친 만큼, 원/달러 환율은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7일까지 9영업일 연속 1500원을 넘겼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도 금융권 달러 유동성 문제를 두고 경고 목소리를 냈다. 신 후보자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몇개월 간 (원/달러) 환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가 된 것은 사실”이라며 “원화의 국제화를 통해 유동성을 키우고 거시건전성의 틀 안에서 제도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상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