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손실에 원가부담까지”…1500원벽마저 뚫은 고환율에 정유·석화 털썩

환율 4거래일 연속 1500원대…수입 부담 확대
종전 기대감에 국제유가 급락…손실 전환 우려
1분기 실적은 반짝 반등했지만 지속될지 불투명


여수 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헤럴드DB]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올해 1분기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깜짝 실적을 냈던 정유·석유화학업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에 올라서며 원가 부담과 재무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고 있어서다.

1500원 넘은 환율…유가는 종전 기대감에 급락


2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10원선을 넘어섰다가 1506.8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4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웃돌자 정부도 “한국경제 펀더멘털 대비 변동성이 과도하다”며 필요시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 기대감이 커지며 급락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대륙간거래소(ICE)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5.63% 내린 배럴당 105.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역시 5.66% 하락한 98.2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에너지업계가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원유와 나프타 등 핵심 원재료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정유사는 원유를 전량 수입하고, 석유화학사 역시 원재료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 시 같은 물량을 수입하더라도 원화 기준 구매 비용이 늘어난다.

1분기는 래깅 효과에 반등…2분기 실적은 불투명


문제는 1분기 호실적의 상당 부분이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 성격이었다는 점이다. 국내 정유 4사는 1분기 중동발 고유가 영향으로 일제히 호실적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2조1622억원, GS칼텍스는 1조6367억원, 에쓰오일은 1조2311억원, HD현대오일뱅크는 93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정유업은 유가 상승기에는 기존 저가 재고 가치가 올라 이익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유가가 빠지면 재고평가손실이 실적을 깎아내린다. 업계에서는 1분기 실적 개선이 구조적 수익성 회복이라기보다 중동 전쟁에 따른 일시적 래깅 효과와 재고이익 영향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동 정세 완화와 종전 가능성 등이 거론되며 국제유가가 내리자 1분기 재고이익이 2분기에는 손실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고환율과 유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 상황이 특히 부담스럽다. 원유 도입 비용은 달러 강세로 높아지는 반면, 보유 재고 가치는 유가 하락으로 떨어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손실보전 기준 등 정책 변수까지 겹치며 2분기 이후 실적 흐름이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고손실과 원가 부담 동시에 겹쳐”


석유화학 업계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고, LG화학 석유화학 부문도 164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역시 3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주요 기업들이 전분기 대비 개선된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석화업계의 실적 반등 역시 원가 시차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 많다. 전쟁 이후 제품 가격이 오르는 동안 기존에 확보한 원재료가 투입되며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가에 들여온 원재료가 본격 투입된다. 여기에 나프타 가격 하락과 제품 가격 약세가 맞물릴 경우 부정적 래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미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장기간 수익성 압박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원재료 조달 비용을 끌어올리고, 유가 하락은 제품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손실, 고환율에 따른 원가 부담, 정책 변수까지 동시에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