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3조원대 순매도에 하락 추세 형성…레버리지 ETF가 낙폭 키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장중 10% 안팎 급락,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
투자자예탁금 130조원대→118조원…개인 ‘실탄’ 감소도 부담
증권가 “AI 사이클 종료는 아직…7월 말 美 빅테크 실적이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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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장중 10% 가까이 급락했고, 코스피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무너졌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정점(피크아웃) 우려에 따른 선제적 차익실현 ▷외국인 대규모 매도가 촉발한 하락 추세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증폭 효과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던 개인투자자 매수 여력의 상대적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장중 8% 이상 급락하면서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1시51분34초부터 20분간 유가증권시장의 매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스피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서 발동한 조치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거래가 20분간 중단됐으며, 주식 관련 선물·옵션 시장의 거래도 함께 중단됐다.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이번까지 올해 들어 6번째, 역대 12번째다. 발동 시점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646.85포인트(8.03%) 내린 7404.48을 기록했다.
지수는 전장 대비 132.13포인트(1.64%) 내린 7919.20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웠고, 장 중 한때 7392.04까지 밀리며 8.19% 하락했다. 거래소는 오후 2시11분33초부터 서킷브레이커를 해제하고 거래를 재개했다.
앞서 오전 10시23분41초에는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도 발동됐다. 발동 당시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66.26포인트(5.12%) 내린 1227.32였다.
유가증권시장에 대한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발동된다.
지수 하락을 견인한 주체는 외인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3601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기관도 2203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은 3조5053억원을 순매수하며 하방을 방어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의 시작을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나타난 ‘셀 온 굿 뉴스(Sell on Good News)’ 성격의 차익실현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9.75%)와 SK하이닉스(-10.58%)는 이날 장중 9~10%대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지만, 오히려 호실적이 향후 이익 증가세 둔화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MU)도 실적 서프라이즈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과 유사한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MU 실적 서프라이즈에서도 투매가 나왔듯, 역대급 이익에 정점 우려 투자자 중심 선제적 차익 매물이 출회했다”고 강조했다.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의구심도 비슷한 맥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에 따른 현금흐름 부담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시장의 방향성을 하락으로 고착시키자, 최근 거래 비중이 커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낙폭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기 위해 장 마감 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구조여서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계적인 매매가 추세를 강화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 관련 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몰린 상황에서 하락 국면의 수급 피드백이 증폭됐다는 설명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수급 환경의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역시 금일 하락세가 수급 피드백 루프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외인 매도에도 지수를 받쳤던 개인 매수세가 예전만큼 강하게 나타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실제로 투자자예탁금은 6월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줄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월 말 130조원대(약 137조원)를 유지했지만 최근 감소세를 보이며 3일 기준 약 118조원까지 줄었다. 그동안 외국인 순매도를 웃도는 개인 순매수로 지수를 방어해 왔지만, 개인의 ‘실탄’도 점차 소진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현재 AI 투자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며, 이달 말 예정된 미국 빅테크 실적 발표가 AI 투자 지속 여부와 반도체 업종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날 긴급시황 보고서를 내고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단기 급등에 따른 AI 투자 과열 논란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현재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7월 말 미국 빅테크 실적 발표가 메모리 반도체 주식들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 지속성이 재확인된다면 우리 증시는 다시 회복력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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