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 ‘속도’와 용인 ‘교훈’ 결합…호남 패키지 인허가 필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정책토론회
일본 TSMC 공장 착공 22개월 만 완공
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착공에만 6년

토지·인허가·인프라 ‘병행 추진’ 속도전
팹 착공 전 대규모 전력망 선구축 필요성
정주여건 강화…인재들 ‘지역정착’도 중요


일본 구마모토현 TSMC 반도체 공장. [AP]


지난달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 모습. [연합]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800조원을 투자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공항이 선정된 가운데 향후 환경영향평가, 전력·용수 인허가, 도로·건축 허가 등 행정절차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지자체 전담조직이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각종 인허가 절차를 이전처럼 순차적으로 처리할 경우 정부가 공언한 ‘2030년 내 완공’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용인 클러스터가 부지 확정 이후 실제 착공까지 6년이 걸렸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서남권 클러스터는 속도전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인허가 순차적으론 안 돼…동시다발적 속도전 진행해야”=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성공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상묵 한국광기술원 본부장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6대 성공 조건으로 ▷부지 ▷전력·용수 ▷정주여건 ▷인재양성 ▷소부장 공급망 구축을 제시하고, 이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원스톱 인허가 전담조직을 두고 산업단지 지정부터 건축 인허가까지 대응기한을 명시해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의 TSMC 공장은 반도체 팹(fab) 구축의 대표적인 속도전 사례로 꼽힌다. 2021년 11월 발표 이후 이듬해 4월 착공해 22개월 만인 2024년 2월 완공했다.

반면, 용인 클러스터는 송전선로 건설과 토지보상 절차 등이 지연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SK하이닉스는 착공까지 6년이 걸렸고, 삼성전자는 아직 토지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전력은 타이밍”…팹 착공 전 전력망부터 구축해야=김 본부장은 이날 “구마모토의 ‘속도’와 용인의 ‘교훈’을 결합해 토지·인허가·인프라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병렬’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계별 순차적 진행이 아닌 여러 과제를 병행 추진해 소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자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팹(fab) 착공 전 변전소·송전선로 등 전력망부터 구축하자고 주장했다.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의 전력과 신안군 해상풍력단지의 재생에너지를 광주 클러스터까지 공급하기 위해 장성군 신장성변전소와 345kV 송전선로를 조기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광주 산업단지에 들어설 반도체 팹 4기(삼성 2기·SK 2기)는 약 6.3GW(기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대규모 송전망과 변전소 구축은 필수적이다.

김 본부장은 “전력량 확보보다 전력망을 적기에 구축하는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팹 가동 전 변전소·송전선로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송전탑 건설 반발로 지금도 몸살을 앓는 용인 클러스터 사례를 상기시켰다.

▶“국제학교·사택 조성…가족 전체가 호남 정착하도록”=사업 성패를 좌우할 또 다른 과제인 인재확보 방안도 제시했다. 초기엔 ‘양성’보다 ‘지역정착’에 초점을 두고 국제학교·영재고·의료시설·사택 단지를 서둘러 구축해 직원과 가족 전체가 지역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도체 팹 1기당 약 3000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점을 고려할 때 총 4기가 들어서는 광주 산단은 1만2000명을 필요로 한다.

김 본부장은 “대학 정원을 확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각 직무별로 인력 파이프라인을 세분화해 지역에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호남 지역의 반도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을 통해 현장인력을 키우고, 조선대·순천대 등 4년제 대학에서는 공정·품질·수율 엔지니어를, 전남대·GIST(광주과학기술원)·한국광기술원은 석사 이상 고급 연구개발(R&D) 인력을 양성하는 방식이다.

이날 토론에 나선 맹종선 전남대 반도체공동연구소 교수는 호남권 대학이 공동으로 팹을 구축해 현장에 밀착된 실무 중심의 교육을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도체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자칫 산업 현장의 기술 트렌드와 교육 내용이 미스 매칭될 수 있는 점을 막기 위한 조치다.

맹 교수는 “1개 대학이 단독으로 클린룸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호남권 대학들이 연합해 공용팹을 설치하고 실무형 지역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부장 협력사도 동반 입주”…완전한 지역 공급망 구축=김 본부장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후방에서 지원하는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광주 산단에 동반 입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팹 인근에 협력화단지를 조성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제 구매 수요를 기반으로 협력사를 선별해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 사례로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를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에 소부장 기업들을 위해 실제 반도체 양산 시설과 동일한 테스트베드 ‘트리니티 팹’을 구축하기로 했다.

소부장 협력사들이 선진 기술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실제 양산 라인에 준하는 테스트 환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반영해 마련됐다. 협력사들은 이곳에서 자체 개발한 제품의 실증 테스트를 통해 양산성을 검증할 수 있게 된다.

김 본부장은 “지역 경제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역 협력사가 공급망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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