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000만원 은행원, 폐업 직전 만둣집 인수했다가 벌어진 일 [억대 연봉 MZ농부의 비결]

50년 전통 로컬푸드, 미국·호주·태국 수출길 열어
폐업 위기 만두집 인수 후 온라인·브랜딩으로 전국 시장 공략
이지은 대표 “전통시장도 글로벌 K-푸드 브랜드 될 수 있다”


이지은 대표 [올다인 제공]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잘 나가던 은행원이 폐업 직전의 전통시장 만두집을 인수하자 주변에서는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고 시장에서 고생하냐”는 만류가 쏟아졌다. 하지만 하루 매출 37만원에 그치던 작은 가게는 전국 냉동만두 판매 1위에 오르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한 청주의 대표 로컬푸드 브랜드로 성장했다. 전통시장의 오래된 만두집을 글로벌 K-푸드 브랜드로 키운 주인공은 이지은(40) 올다인 대표다.

충북 청주 육거리전통시장에서 50년 전통의 ‘육거리소문난만두’를 운영하는 이 대표는 한때 KEB하나은행 대리로 근무하며 성과급을 포함해 연 7000만원의 연봉을 받던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단골로 찾던 만두집이 폐업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을 듣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는 2019년 2월 회사를 그만둔 뒤 1년 6개월 동안 창업을 준비했고, 2020년 8월 마침내 가게를 인수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청주 사람이라면 한 번쯤 찾던 시장의 명물 같은 가게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며 “누군가는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제가 되더라도 한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가게를 인수한 해 하루 매출은 37만원 정도였다. 월 매출로 환산하면 1100만원 수준. 원래 만두집에서 15년간 일해 온 직원과 이 대표 부부 등 세 사람이 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을 감당하기에도 빠듯한 매출이었다. 남는 반죽이 더 많았고, 팔리지 않은 만두를 버리는 날도 적지 않았다.

이 대표는 “새벽마다 만두를 빚었지만 저녁 정산을 할 때면 한숨부터 나왔다”며 “내가 너무 무모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고민한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는 대신 전통을 살리는 브랜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집중했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포장이었다. 시장에서는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그는 직접 브랜드 방향을 구상해 선물용 패키지와 디자인을 만들었다. 이후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전문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브랜드를 꾸준히 고도화했다. 매장 인테리어와 조명, 소품에도 실제 만두판을 활용하는 등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간 곳곳에 담아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메가마트에 입점한 ‘육거리소문난만두’ 제품. [올다인 제공]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손님이 줄었지만 이 대표는 온라인 판매와 브랜드화를 선택했다.

그는 “생존하기 위해 시작한 온라인 판매가 오히려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육거리소문난만두는 2022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냉동만두 부문 1위에 올랐다. 청주 전통시장 만두가 전국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어 EBS ‘극한직업’ 방송도 성장의 발판이 됐다. 새벽부터 만두를 빚는 작업장과 직원들의 일상이 소개되면서 전국에서 주문과 방문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오늘 장사가 될지 걱정하며 출근했다면 방송 이후에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새벽부터 움직이는 날이 많아졌다”며 “그때 처음 사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육거리소문난만두 대표 상품인 고기만두 [올다인 제공]


육거리소문난만두 대표 상품인 김치만두 [올다인 제공]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손님 한 사람의 말이었다. 그는 “‘엄마가 빚어주던 만두 맛이 났어요.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왔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가장 뿌듯했다”며 “매출이 늘어난 것보다 그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됐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단순한 만두가 아니라 누군가의 추억과 기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재 육거리소문난만두는 청주를 대표하는 로컬푸드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푸드테크 기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2024년 11월 올다인을 설립했다. 올다인은 ‘육거리소문난만두’ 브랜드를 기반으로 프랜차이즈와 식품 제조·유통·수출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직영점과 가맹점을 포함해 15개 매장을 두고 있다. 육거리소문난만두는 개인사업자로 운영되는 대표 브랜드로 지난해 매출 약 2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3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다인은 지난해 14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약 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월평균 매출은 1억400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회사는 하반기 성수기와 수출 확대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연매출이 2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호주, 태국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비건 만두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전략 제품이다. 기존 무말랭이 만두의 담백한 맛을 유지하면서도 식물성 원료만으로 만족도를 높여 해외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메가마트에서 판매 중인 ‘육거리소문난만두’ 제품 안내판. [올다인 제공]


브랜드 성장에는 정부 지원도 힘이 됐다. 올다인은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의 청년식품창업패키지에 선정돼 제품 고도화와 브랜드 전략, 디자인, 마케팅, 해외 진출 기반을 구축했고, 최우수 기업에도 선정됐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지원을 통해 비건 만두 레시피를 고도화하고 전문가 관능평가를 거쳐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 미국·베트남·태국 바이어와의 수출상담회에서 해외 판로를 확보했고, 국가별 패키지 개선과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한 할랄 인증 컨설팅도 지원받았다. 또 투자 연계 프로그램으로 2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TIPS의 운영사와 연계한 정부 연구개발(R&D) 자금도 확보했다.

이 대표는 브랜드의 뿌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자체 생산 제품은 가능한 청주 육거리전통시장 내 거래처를 통해 원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일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생산과 해외 현지 생산을 병행하고 있지만 브랜드의 뿌리는 여전히 청주 육거리전통시장에 두고 있다.

그는 “우리 브랜드는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시작해 지역 농산물과 전통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며 “시장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부부 둘이 시작했던 회사가 이제 여러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조직이 됐다”며 “매출보다 더 뿌듯한 것은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목표는 2030년 매출 100억원이다. 가맹사업을 확대하고 유럽 시장까지 진출해 전통시장에서도 세계적인 K-푸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금 농어업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그는 “농어업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산업이지만 이제는 원물만 잘 키운다고 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가공과 브랜딩, 콘텐츠, 유통까지 함께 설계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이어 “육체노동의 강도와 계절·원물 수급에 따른 리스크, 창업 초기 2~3년의 현금흐름 압박은 반드시 각오해야 한다”며 “우리가 만들고 가꾸는 브랜드가 누군가의 인생 한 부분을 책임지는 일, 그것이 농어업의 본질이자 브랜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통시장에서도 세계적인 K-푸드 브랜드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며 “지역에서 출발한 로컬푸드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육거리소문난만두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억대 연봉 MZ농부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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