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VISION] (19) 크리스천 호텔주협회 조찬수 회장


▲ “호텔 투자와 경영은 한인들이 주류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는 조찬수 회장이 LA국제공항 인근 엘세군도에 위치한 라마다 플라자 호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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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미국인들이 중심이 돼 있는 아시안 아메리칸 호텔주협회(Asian American Hotel Owners Association: AAHOA) 자료에 따르면 미 전역에 4만 7천6백여개의 호텔 가운데 무려 42%에 해당하는 2만여개를 아시안들이 소유하고 있다. 아시안 소유 호텔의 프라퍼티 시장가치만 따져도 거의 400억달러에 달하며 1백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쯤되면 미국내에서 소수계가 주류(메인스트림)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으로 보면 호텔만한 게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내 호텔비즈니스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 아시안은 대부분 인도를 중심으로한 서남아시아계 출신들이다.

크리스천 호텔주협회(Christian Hotel Owners Association:CHOA)를 결성해 이끌고 있는 조찬수회장은 인도계가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미국내 호텔산업 분야에서 말 그대로 혜성처럼 떠올라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아시안이다.

 ■ 10만 달러로 시작한 호텔사업

조찬수회장은 요즘 LA지역에 있는 르네상스 호텔 체인의 대형 호텔을 비롯, 중부의 대도시에 있는 래디슨 호텔 체인의 객실 500여개 규모의 5스타급, 그리고 힐튼 체인의 또 다른 특급호텔 등의 매입작업에 분주하다. 2천만~4천만달러의 매매가격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늦어도 9월쯤이면 구체적인 내용이 공표된다. 대형 호텔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조 회장은 사뭇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지난 10여년 동안은 객실수 150개 이하짜리 이코노미급 호텔들을 주로 사들여 운영했지만 이제 바야흐로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대형 호텔체인들이 매매협상에 응할 만큼 호텔리어로서 크레딧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어서 솔직히 기분이 좋다.”

조 회장이 호텔 비즈니스에 뛰어든 지가 지난 94년이었으니 불과 12년만에 일궈내고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놓고 볼 때 자부심과 긍지는 흥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한국에서 대기업의 종합무역상사에서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미국으로 건너온 게 92년. 이민와서 처음 얻었던 일자리가 남가주 대나 포인트에 자리한 작은 모텔의 매니저였다. 1년 정도 모텔 매니저로 일하던 중 샌디에이고 인근 에스콘디도 지역의 하워드존슨 호텔(객실 70개)이 시가 300만달러였음에도 포클로저 매물로 나와 70만달러 정도로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손에 쥐고 있던 자본이라야 10만달러에 불과했던 조회장은 60만달러의 은행융자를 얻어내 하워드 존슨 호텔을 매입했다. 그로부터 3개월만에 또 다른 융자를 신청했고, 하워드 존슨 호텔을 담보로 무려 300만달러에 이르는 융자금액이 얻어내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호텔업 투자의 화려한 경력을 펼치게 된다.

 ■ 12년만에 45개 호텔 거느려

조 회장의 호텔 비즈니스는 부동산투자와 다르지 않다.

“미국에 있는 호텔들은 대체로 그 지역에서 가장 요지에 위치하고 있지요.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프라퍼티가 호텔인 셈입니다.”

첫번째 호텔인 에스콘디도 하워드 존슨을 인수한 뒤 1년 사이에만 7개의 호텔들을 거둬들였다. 모두 차압 경매대상인 포클로저 매물이었다. 매입 호텔들은 대체로 운영이 부실해 숙박객의 수준이 저하돼 있었고, 당연한 결과로 매출도 바닥이었다. 그런 호텔들을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사들여 운영방식을 개선, 서비스질을 향상시키고 시설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투숙률을 높여 매상을 끌어올렸다. 때마침 불어닥친 미국의 부동산 경기 호황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조 회장이 매입한 호텔들의 자산가치는 한결같이 세자리수 이상의 퍼센티지로 급등했다.

오늘날까지 그런 식으로 불려나간 호텔이 모두 45개. LA국제공항 인근의 라마다 플라자를 비롯, 디즈니랜드 입구의 홀리데이인 등 남가주지역에만 11개를 직영하기에 이르고 있으며 34개는 소자본의 한국인 투자가들이 운영하고 있다. 물론 조 회장은 45개 호텔 모두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제이미슨 프라퍼티의 데이빗 리 회장이 상업용 오피스빌딩을 줄기차게 매입, 오늘날 미국 전체에서 톱5 안에 드는 부동산 투자가로 군림하고 있는 것을 연상하면 조 회장이 호텔을 거느리게 된 모양새는 그 시기와 방식에 있어서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다.

 ■ 소자본 모아 호텔시장 공략

조회장이 호텔 투자의 귀재로 알려지자 많은 한인들이 그를 찾았다. 리커스토어나 세탁업 등에 종사하고 있던 자영업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조 회장은 이들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크리스천들에게 호텔투자의 기회를 주었다. 1인당 20만~40만달러씩의 소자본 투자가들을 몇명씩 그룹으로 묶어 유한책임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LLC)를 구성한 뒤 적절한 매입호텔을 물색한다. 호텔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면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 외에는 약간의 지분을 확보하는 선에서 조 회장은 물러서고 전적으로 해당 LLC에 경영과 운영을 맡긴다.이런 과정에서 모인 최초의 투자가 32명으로 구성한 조직이 CHOA이다. 조회장은 그들 32명을 ‘제자’라 부른다.

“호텔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보다는 많은 ‘제자’를 두고 있어서 자랑스럽다”라고 말하는 조 회장은 한인이민사회의 비즈니스가 한인시장에만 머물러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론에서 호텔비즈니스에 보다 많은 한인들을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우리 한인들이 미국땅에 와서 지레 주눅들어 비즈니스도 위축된 규모로 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영세적인 사업 보다는 당당하게 주류시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자면 자본이 문제인데 호텔이야 말로 소자본을 여럿이 합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업종이지요.”

소규모 사업체를 각자 나눠 개미처럼 꾸려나가기 보다는 한데 뭉쳐서 규모화하는 비즈니스로 주류 시장에 파고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 호텔리어의 조건

조 회장은 호텔비즈니스에 합류하려는 한인들에게  “목숨을 걸고 매달려야 한다”라며 무엇보다 정신교육을 철저하게 치르는 훈련프로그램을 거치게 하고 있다. 그 자신 에스콘디도 하워드 존슨을 매입한 뒤 마약에 취한 투숙객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역 갱들로부터 살해위협을 받을 정도로 살벌한 위험을 이겨내면서 호텔운영의 자신감을 쌓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마약소굴같던 호텔을 깨끗이 클린업하고 이미지를 새로 갖춰 번듯하게 만드는데 3년 걸렸습니다. 한달에 2만달러 가량 벌던 호텔 매상이 10만달러로 훌쩍 뛰었지요. 목숨 걸고 덤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정신무장에 이어 주인이 직접 호텔의 구석구석을 손질하는 성실함을 갖춰야 하고, 고객을 사명감으로 섬기는 서비스정신과 정직함을 전달하는 신뢰성을 호텔리어가 갖춰야할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조회장은 강조한다.

호텔업은 돈 보다는 주인의 마음이 투자돼야 한다는 것이다. 

■ 조찬수 회장은

한국 SK그룹의 종합무역상사에서 14년 동안 일하다가 92년 이민했다. 크리스천답게 살고 싶어서 미국으로 왔는데 생활을 위해 일자리를 찾던 중 신문광고의 깨알같은 문구들 가운데서 ‘호텔’이라는 두 글자가 클로즈업돼 호텔 비즈니스를 소명처럼 받아들였다고 한다. 10여년만에 재산규모가 수천배로 커진 것은 전적으로 ‘은혜’를 입은 결과라고 강조하는 독실한 신앙심을 갖고 있다. 샌디에이고 온누리교회 시무장로직을 맡고 있으며 연간 10여차례 간증집회에 나서고 있다. 경북 경주 출신..


황덕준 / 미주판 대표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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