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VISION] (1) 아모레퍼시픽 조진용 대표


▲ 아모레퍼시픽 조진용 미주대표가 브랜드와 아이템을 달리하는 아모레퍼시픽 해외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윤수기자

ⓒ2006 Koreaheraldbiz.com

‘조·진·용’언뜻 들으면 누굴까 싶다.

하지만 한인 비즈니스맨들이라면 ‘한국 대기업 미주 지사의 첫번째 로컬 출신 CEO’라고 그에 대해 부연설명을 해주면 ‘아하! 그 사람’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조진용 아모레퍼시픽 대표. 한국 장업계의 맏형격인 태평양화장품의 미주 지사를 이끌 대표가 본사 파견 직원이 아니라 이곳 LA에서 채용된 로컬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임명 직후 오랫동안 비즈니스맨들에게 회자가 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글쎄요… 이제 그게 뭐 더 화제가 되겠나?”며 조진용 대표는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최근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 총판과의 갈등이 법정소송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에 비춰 어쩌면 조진용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추후 미주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한국 대기업들의 좋은 롤 모델이 될 법도 하다. 올해 아모레퍼시픽은 기존의 대리점을 중심으로 매출 신장을 독려하는 방법에서 벗어나 아모레퍼시픽 제품만을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성격의 전문점 판매로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저희 제품들을 많이 판매해준 대리점들에게 감사합니다. 하지만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고가제품 위주로 무리하게 제품을 밀어내는 판매로는 저희가 미주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확립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결정적으로 전문점 육성으로 선회하게 된 동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 업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태평양화장품이 ‘웬 브랜드 파워(?)라고 한다며 이건 큰 오산이다. 80년대말까지 태평양화장품은 그저 ‘아모레’란 브랜드 하나로 업계 1위를 지켜오던 전통의 화장품 회사였다. 하지만 90년대 초반 외국의 유명 브랜드 화장품업계에 한국 시장이 개방되면서 급격한 시장 점유율 하락과 소비자층의 대거 이동을 경험하는 일대 지각변동을 경험하게 됐다. 이때부터 태평양의 변신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세계의 유명 화장품 회사를 벤치 마킹하고 이를 한국 시장에 맞게 응용했다.

그 첫번째가 회사 이름은 뒤로 숨고 브랜드를 앞세워 소비층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다. 젊고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2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화장품인 ‘라네즈’, 30대 여성을 겨냥한 기능성 화장품 ‘아이오페’, 한약재 및 천연성분을 화장품에 결합시킨 한방 화장품 ‘설화수’ 등이 속속 출시되며 외국산 화장품에 손길이 머물던 여성들의 마음을 다시 빼앗아왔다. 태평양의 브랜드 파워 육성 전략은 이제 10여년을 넘어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결실을 보고 있다.

경영진의 철학이 구체화되고 성공적으로 안착되기에는 그 철학을 몸소 행동으로 옮기는 구성원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특히 구성원들을 이끌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하는 조직의 장이라면 경영자의 철학에 대한 이해는 그 누구보다 높아야함은 당연하다.

“아모레퍼시픽이 세계 10대 화장품 업계로 도약하기 위한 선봉대 장군이 딱 바로 제 역할입니다. 현재 그 어느 때보다 한류열풍이 뜨겁기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의 주류시장 안착도 낙관적이라고 봅니다. 사실 화장품은 단순한 공산품이라기보다 컬쳐 프러덕트(Culture Product), 즉 그 나라의 문화와 함께 들어오는 공산품이라고 봐야 하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0월 ‘아모레퍼시픽’이 전 세계 여성들에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의 새로운 애인인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여배우인 시에나 밀러가 파파라치의 카메라 세례를 피하기 위해’AMORE PACIFIC’이라는 글씨가 인쇄된 쇼핑백으로 얼굴을 가린 사진이 인기 주간지인 피플에 실렸기 때문이다. 시에나 밀러는 뉴욕 소호가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뷰티갤러리&스파에서 피부관리를 받고 나오다 파파라치에게 딱 걸린 것이었다.

현재 태평양화장품은 ‘아모레퍼시픽’이란 브랜드로 주류시장을 겨냥해 니먼마커스 등의 고급 백화점 위주로 입점해있고 한인 및 아시안 시장을 겨냥해서는 ‘The Amore’란 이름의 뷰티 카운셀러숍으로 이원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말 한인타운내에 두 곳에 ‘The Amore’를 런칭했고 세리토스에도 ‘The Amore’ 8호점을 오픈하면서 영업망을 정비하고 있다. 2004년 중국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샌 가브리엘 지역에 ‘The Amore’1호점을 오픈한 지 약 1년여만에 7군데에 뷰티 카운셀러숍을 오픈한 것이다.

조진용 대표는 “브랜드 파워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뷰티 카운셀러숍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화장품 전문숍으로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아모레가 자체 개발한 피부 타입 분석기를 통한 테스트는 물론 신제품 출고나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충분한 전문점을 내년까지 25개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혀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화장품 리테일 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태평양화장품의 해외 매출액은 1억달러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아직까지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서경배 회장님께서 해외 시장 목표치를 2007년 2억5000만달러, 2015년 12억달러로 정해놓은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죠”라며 예의 다부지게 입술을 다물었다.

‘로컬 출신 미주 지사 첫번째 CEO 조·진·용’. 그가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에는 열정과 노력은 기본이었을 것이다. 정상의 자리에 오른 이들은 달라도 그 무엇이 다르다.

그에게 남다른 그 무엇은 뭘까? 그것은 바로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스스로 주도해나가려는 의지’ 아닐까?

■ 아모레 화장품 해외진출 현황

태평양은 해외에서도 지역별로 브랜드와 아이템을 달리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디자이너 향수 롤리타 렘피카를 중심으로 향수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국·홍콩·싱가포르·대만 등 중화권에서는 라네즈(LANEIGE) 브랜드로, 뉴욕 등 미주 지역에서는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 브랜드로 각각 기초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까지 해외진출이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는 ‘라네즈’다. 라네즈를 ‘아시아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중국시장 진출에 앞서 2002년 5월 홍콩 소고(SOGO) 백화점에 1호점을 오픈했다. 홍콩에 12개의 매장을 열어 지난해 9월 현재 매장당 월 평균매출이 1억원을 초과하는 등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다음 목표지는 중국. 태평양은 중국 유행의 발신지인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2002년 9월부터 라네즈 브랜드로 중국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 백화점만 집중공략한 결과, 올 상반기 현재 상하이의 고급 백화점인 팍슨(百盛), 태평양(太平洋) 등 주요 25개 도시 80여개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라네즈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당초 2005년 내에 매장당 월 1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하면 대성공이라고 예상했으나, 이미 하루 매출 3000만원이 넘는 매장이 출현했다. 또 월 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매장도 곧 탄생할 전망이다. 태평양은 홍콩과 중국 시장에서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를 기반으로 라네즈 브랜드의 아시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3년 싱가포르의 이세탄 백화점에 진출했고, 2003년에는 대만의 미쓰코시 백화점, 인도네시아의 소고(SOGO) 백화점 등에 진출해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또 2004년 9월에는 한방화장품 설화수가 홍콩 센트럴 빌딩에 부티크 형태의 독립매장을 연 데 이어 10월에는 세이부 백화점에 입점했다. 

황덕준 / 미주판 대표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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