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마치 삼촌과 조카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도 꼼꼼한 삼촌 임거정과 그를 믿고 따르는 말 잘 듣는 조카 김이지를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일면식이 없었던 두 사람은 소속사 플럭서스 뮤직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됐다. 다소 이국적인 비주얼을 가지고 있는 임거정을 처음으로 본 김이지의 느낌은 어땠을까.
“처음 회사에 갔다가 1층에 앉아있었는데 다른 녹음 때문에 회사에 들른 오빠를 봤어요. 처음에는 외국 분인 줄 알았어요. 이국적으로 생겼잖아요.(웃음) 작업을 같이 하기로 하고 다시 봤을 때 첫 느낌은 되게 깐깐하고 말 한마디 잘못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큰 오빠 같은 느낌이에요. 제 옆에서 가장 많이 챙겨주는 사람이자 보호자 같은 느낌이었어요.”(김이지)

임거정은 김이지의 솔직한 돌직구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어진 칭찬에 쑥스러워 하면서도 흐뭇하게 웃었다. 칭찬에는 칭찬으로 화답하는 법.
“함께 작업하는 보컬리스트들을 볼 때 음악적인 이론이나 가창적인 스킬을 가진 사람보다는 목소리의 느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지는 요즘 세대와 다르게 꾸밈이 없는데다가 인위적이지도 않아요. 원어에 대한 느낌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전달해주 듯한 목소리가 정말 좋아요. 음악 장르도 그러한 류를 사랑하더라고요. 거기에 포커스를 두고 앨범을 만들었죠.”(임거정)
‘깊이 잠든 잠’이라는 의미를 가진 ‘꽃잠’이라는 단어처럼, 이들의 음악은 마치 기분 좋은 봄날의 산책 중 예기치 않게 만난 행운처럼 리스너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풋풋한 스무살의 느낌부터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둔 말 못할 고백까지 어쿠스틱한 사운드 속에 꽃잠프로젝트만의 음악을 풀어냈다.
“꽃잠프로젝트의 음악은 한정적이지 않았으면 해요. 음악적으로 이제 갓 1살을 넘은 아기나 다름없거든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아요. 악기에 호소하기보다 보컬의 역량으로 가사 전달을 잘 해서 ‘쉼표’라는 의미를 느끼게 하고 싶어요. 그 타이밍만 잘 맞으면 저희 음악이 잘 맞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이지에게서 발견하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이지 자신도 아직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있을 거예요. 또 음악적 연륜이 차게 되면 뭔가 달라지리라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슬플 것 같아요.”(임거정)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나 음악을 다른 사람들한테 들려줬을 때도 공감하길 바라요. 트렌드를 쫓다가 느낌이 계속 바뀌지 않았으면 해요. 어린 시절의 짧은 생각 때문에 했던 행동이나 말 등을 세월이 지난 후에 떠올리면 창피할 것 같아요. 음악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음악으로 이야기하거나 내 상태를 표현한다는 것에 있어서 약간이라도 거짓된 것이나 멋을 부리게 된다면 부끄러울 것 같아요.”(김이지)

이들이 음악에 담고 싶은 것은 어떤 특정 영역이 아닌, 음악을 하고 있는 ‘자신’이었다. 가까운 미래일지라도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며, 어떠한 틀 안에 음악적 가능성과 길을 한정짓기 싫다는 이야기다.
“이지는 학창시절을 중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지금의 한국 생활과 음악적 활동 등 모든 게 신선함으로 다가올 거예요. 그래서 이지에게 ‘우리가 이제까지 지내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이나 작업하면서 주고받았던 말들과 꽃잠프로젝트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모든 일들을 그대로 이야기하면 된다고 해줬어요.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고 지향하는 건 아니에요. 특별하고도 싶은데, 우리 정체를 알리기 위해서는 과대 포장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임거정)
임거정이 언급했듯이 김이지는 음악을 전공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현재 대학교 새내기인 그는 학교생활에도 열심히 임하는 중이다. 중국과 사뭇 다른 한국 학교의 시스템으로 낯설 때도 있지만, 차근차근 무리 속에 동화되고 있었다. 특별하되 부담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움, 꽃잠프로젝트가 그러했다.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앞으로 대중들에게 꽃잠프로젝트에 대해 알리는 게 목표에요. 라이브를 많이 해야 하는 음악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무대에도 설 예정이에요. 좋은 음악을 가지고 한 번의 무대라도 최선을 준비를 해서 여러 곳에 알려야죠. 가까운 4월에 ‘뷰티풀 민트 라이프’도 있고, 감사하게도 저희에게 6월 7일 하루지만 단독 공연의 기회가 주어졌어요. 재미있게 준비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임거정)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라이브를 접하면 ‘다음에 꼭 다시 봐야지’라고 생각하며 그 가수의 다음 앨범을 기대하듯이, 많은 라이브 공연을 통해 대중들과 가까워지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저희의 음악과 앨범을 기다려주고 지켜봐줄 수 있게 노력할게요. 앞으로 자주자주 봤으면 좋겠어요.”(김이지)
꽃잠프로젝트는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막 걸음마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 걸음걸음이 신중하고 조심스럽듯이, 이들의 행보도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이어지고 있다. 언젠가 성큼성큼 뜀박질 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