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두번째 칸 방문, 즐기고 싶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제가 칸에 가게 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에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으로 칸영화제에 초청됐을 때는 공식 행사 이외에도 매일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인터뷰 때문에 즐기지 못했거든요. 이번에는 맛집도 다녀보고, 여행도 즐기고 싶은데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

배두나(35)가 영화 ‘도희야’로 14일 개막하는 제 67회 칸국제영화제를 방문한다. ‘도희야’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오는 19~20일 언론 시사회 및 공식 상영과 기자회견 등이 예정됐다. 배두나는 공식 일정보다 며칠 앞서 모나코에 들렀다가 칸으로 향할 예정. 출연작의 초청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년, 감독주간)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2009년, 주목할만한 시선)에 이어 세번째고, 실제의 칸 방문은 2009년에 이어 두번째다.

영화 ‘도희야’의 개봉과 칸영화제 방문을 앞두고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두나를 만났다. 

영화배우 배두나.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배두나는 “이십년만 젊었어도 도희역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도희’ 역을 맡은 김새론 양에겐“내가 얼마나 도희를 사랑하는지”에 대해 거듭 이야기했고, “배두나가 이 작품을 한 이유는 오로지 도희 캐릭터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배두나는 “도희는 한국영화에서 나오기 어려운 훌륭한 여성 캐릭터”라고 꼽았다.

배두나가 ‘도희야’의 출연제안을 받은 것은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SF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거쳐 라나 워쇼스키가 감독을 맡은 또 다른 외화 ‘주피터 어샌딩’을 촬영하고 있던 런던에서였다. 이메일로 건네받은 시나리오를 읽은 후 배두나는 5분만에 ‘OK’를 했다. 영화와 TV드라마 등 30여 편에 출연하면서 전례 없이 빠른 결단이었다. 한국영화에 대한 갈증과 “땅에 발을 내린 연기”에 대한 갈증도 동기부여가 됐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SF였고 미래의 복제인간 역을 맡았고, ‘주피터 어샌딩’에선 현상범 사냥꾼을 연기했어요. 현실이 아닌 ‘중간계’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현실에 발을 내린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도희야’는 인천, 강화도, 영종도, 순천, 여수, 돌산, 금오도 등에서 촬영했다. 전작인 SF에서 ‘그린 스크린’(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합성을 위해 초록색 배경을 뒤에 깐 세트에서 진행하는 촬영)에서만 연기한데 대한 또 다른 갑갑함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바닷바람과 바닷내음까지 4D로 느끼면서 내가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으니 좋았고, 훌륭한 배우들하고 연기할 수 있는 복도 있어 더 애착이 갔다”는 게 배두나의 말이다.

‘도희야’는 외딴 섬에서 계부(송새벽 분)와 할머니의 학대, 마을 아이들로부터의 괴롭힘을 당하던 어린 여중생 ‘도희’(김새론 분)과, 사생활문제로 서울에서 좌천돼 신임파출소장으로 부임한 엘리트 여경 ‘영남’(배두나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남은 마을 사람들의 침묵과 방관 속에서 무방비로 폭력에 노출된 소녀의 삶에 개입하기 시작하고, 도희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울타리가 돼 준 파출소장에게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의지하게 된다. 섬마을의 거의 유일한 젊은 남자로 동네일을 도맡아 하던 소녀의 계부 ‘용하’는 영남의 비밀을 알게 되고, 이를 미끼로 영남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그러자 도희는 영남을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영화 속 섬은 가부장적인 폭력과 방관자들의 침묵이 일상적인 공간이며, 서로 다른 이유에서 그 희생자가 된 영남과 도희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보호막이 되고 버팀목이 되려한다. 말하자면, ‘도희야’는 여성 감독인 정주리와 여배우 배두나, 김새론이 만들어내는 폭력사회에 대한 조용하지만 위험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연대와 반란’이다. 김새론이 맡은 ‘도희’는 극중 ‘어린 괴물’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그만큼 연약함 속에 기이할만큼 강렬한 그 무엇을 감춘 소녀다. 수동성과 능동성이 절묘하게 캐릭터로 드라마의 마지막 문에 키가 된다. 배두나가 연기한 영남은 ‘도희’라는 열쇠를 발견하고, 감췄다가, 마지막에 제 스스로 판도라의 뚜껑을 열 수 있도록 하는 인물인 셈이다. 


이미 일찍부터 아역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한국영화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은 김새론은 현장에서도 스태프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집중력과 몰입도를 보여줬고, 다양한 장기로 현장을 늘 즐겁게 하는 어엿한 ‘여배우’였지만, 어린 소녀 배우로선 쉽지 않은 장면도 적지 않았다. 그 때마다 배두나는 버팀목이 됐고 보호막이 됐다. 예를 들어 극중 아빠한테 맞아 온 몸에 멍과 상처투성이가 된 도희가 영남의 집을 찾아 함께 욕실에 있는 장면이 그랬다. 상처받은 도희를 영남이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장면이지만, 카메라 앞에서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십대의 여배우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배두나는 “새론이에게 힘을 주고 의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은 카메라에 드러나지도 않는 촬영분에서조차 기꺼이 김새론과 함께 욕조에 있었다. 열 시간 넘게 욕조에 있다보니 “알러지가 날 정도”였다며 배두나는 웃었다.

이렇게 이룬 작품에 대해 배두나는 상당한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작품도 기대 이상이었다”며 “영화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관객에게는 쉴 새 없이 의미와 재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감정과 이야기를 켜켜히 쌓아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도희야’는 14일 개막하는 제67회 칸국제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으며, 오는 19~20일 현지 공식 상영과 기자회견, 인터뷰 등의 일정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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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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