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범죄백서 ①] “나라망신”…해외서 범죄 저지른 한국인 年 1500명

-법무연수원 ‘2015 범죄백서’…한국인 해외 범죄, 잠시 주춤하다 다시 증가세
-해외에서 범죄피해 입은 국민도 6000명 육박…유럽에서 가장 많은 피해 발생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 지난 2014년 필리핀에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한국인 이모(41)씨 등 10명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필리핀 경찰은 법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씨 등이 묵고 있던 고급 아파트 4곳을 급습해 이들을 검거했다. 당시 체포된 피의자 중에는 이모(37)씨 등 여성 2명도 포함됐다. 현장에서 대포통장 여러 개와 노트북 18대, 네트워크 장비 등이 압수됐다. 이씨 등은 “필리핀에서는 도박 사이트 운영이 불법이 아니다”며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사례처럼 해외에서 각종 범죄를 저지르다 외국 사법당국에 적발된 한국인은 매년 1500명 가까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르다 외국 사법당국에 적발된 한국인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법무연수원이 지난달 발간한 ‘2015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0년 1486명이었던 우리 국민 해외범죄사범은 2011년 1248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2012년에는 1868명까지 치솟았고,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1432명, 1552명이 적발돼 5년 동안 연평균 1500명 넘는 인원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과 일본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높았다. 2014년 기준 중국에서 492명이 범죄를 저질러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일본으로 한국인 417명(26.9%)이 일본 사법당국에 적발됐다. 이어 미국(175명), 캐나다(51명), 호주(34명) 등이 뒤를 이었다.

범죄유형별로 보면 2011년에는 출입국 관련 사범이 183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2014년에는 폭행ㆍ상해 사범이 167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들 가운데 불법 도박, 음란물 유포 사이트 등을 운영하는 이들은 주로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나 태국ㆍ필리핀 등에 주로 머무르고 있고, 해외 원정 성매매의 경우에는 캐나다ㆍ미국ㆍ일본ㆍ호주 등지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해외에서 저지른 범죄 때문에 법원의 선고를 받고 수감된 한국인은 2014년 1257명으로 2012년(1002명) 보다 20% 가량 늘어났다.

한편 해외 현지에서 범죄 피해를 입은 우리 국민의 숫자는 6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가 되는 경우보다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4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지난 2014년 기준 5952명이 해외 범죄로 피해자가 됐다. 범죄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유럽(2897명)이 가장 많았고, 아시아ㆍ태평양 지역도 2467명에 달했다. 범죄 피해 유형별로 보면 절도 피해가 4378명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이어 행방불명(266명), 사기(244명), 강도(234명), 폭행상해(229명) 등의 순으로 피해를 입었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외국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이 늘어나면서 우리 국민의 사건사고 발생도 함께 늘었다”며 “국가별 재외국민의 범죄 피해ㆍ가해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특정 범죄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국가에 대해선 해당 범죄에 대한 정보를 여행객들에게 충분히 제공하고, 공관과의 비상연락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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