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 된장찌개’ 효험 봤나…세리키즈들 힘찬 출발

박인비 부상 우려 날린 샷감각
5언더파 김세영과 공동 2위
전인지는 공동 19위 첫 라운드
박세리감독 찌개·제육볶음 요리
살뜰한 손길 분위기 끌어올려

‘박세리 된장찌개’를 먹은 ‘세리키즈’들이 116년 만에 올림픽에 돌아온 여자골프 첫날 힘찬 출발을 했다.

‘골프여제’ 박인비(28)가 부상 우려를 날리는 매서운 샷 감각으로 김세영(23)과 공동 2위에 올랐다. 올시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골프 여제의 반가운 귀환이었다.

세계랭킹 5위 박인비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골프 코스(파71)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골프 여자부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쓸어담으며 5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김세영도 노보기의 깔끔한 플레이로 박인비와 공동 2위에 자리했다.

여자골프 박인비가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열린 여자골프 1라운드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다. 리우=박해묵기자/mook@heraldcorp.com

전인지(22)는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언더파 70타를 기록, 공동 19위로 출발했고, 양희영(27)은 버디 2개를 잡았으나 보기도 4개를 범해 2오버파 73타, 공동 39위로 밀렸다.

단독선두는 박인비와 김세영에 1타 앞선 아리야 쭈타누깐(태국)이다. 쭈타누깐은 이글 1개와 버디 7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올시즌 메이저대회 1승을 포함해 LPGA 투어 4승을 올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한국 선수들은 전날 박세리 감독이 리우 시내서 직접 장을 봐와 끓여준 된장찌개와 제육볶음을 먹고 힘을 냈다. 전인지는 “감독님 요리가 너무 맛있다”며 놀라워 했다. 선수들은 모두 박세리를 보며 골퍼의 꿈을 키운 ‘세리 키즈’들이다. 엄마처럼 살뜰히 챙기는 박 감독의 손길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세리키즈의 선봉에 선 박인비의 컨디션 회복에 선수단은 고무된 분위기다. 박인비는 올시즌 정상적인 대회 출전이 어려울 만큼 허리부상과 손가락부상이 이어졌고, 이때문에 올림픽 불참까지 고려했었다.하지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여제’답게 큰 무대에서 강했다. 5번홀(파5)서 세번째 샷을 홀 40㎝에 붙이면서 첫 버디를 낚았고 7번홀(파4)서는 6.5m 긴 거리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퍼트 감각까지 되살렸다. 박인비는 10번 홀부터 세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순식간에 타수를 5언더파까지 줄였다. 12번 홀(파4)에서는 약 10m 장거리 버디 퍼트까지 떨어뜨려 갤러리들의 박수를 받았다.

박인비는 “올 시즌 이렇게 좋은 라운드를 언제 마지막으로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웃으며 “올림픽에서 좋은 라운드를 해서 기쁘고 자신감도 회복했다. 전반적으로 퍼트, 샷 감이 모두 나쁘지 않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인비는 그러나 “아직 3라운드나 남아 있다. 지금 너무 들뜨고 싶지는 않다. 끝까지 샷 감을 살리면서 퍼트를 잘하는 라운드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세영도 “1번 홀에서 티샷할 때 ‘아, 오랫동안 기다린 대회가 이제 시작되는구나!’ 싶어서 조금 긴장되더라”고 웃으며 “10번, 12번, 15번은 티샷이 까다롭더라. 이 홀을 잘 공략하면 남은 라운드에서도 충분히 스코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특유의 당찬 자신감을 보였다.

세계랭킹 1위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2언더파 69타로 공동 11위를 기록했다. 15번 홀(파4) 샷 이글을 기록한 리디아 고는 “경기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니까 살짝 떨리더라”며 “남은 경기에서는 스마트한 플레이를 하겠다”고 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