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VISION] (29) 풀무원USA 강영철 사장


▲ 풀무원USA의 강영철 사장은 “고단백 두부를 생산하는 와일드 우드 브랜드 전략에 비중을 두는 한편 고품질 식품을 한인시장에 다양하게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김윤수기자

ⓒ2006 Koreaheraldbiz.com

풀무원USA가 세워지기는 15년전인 91년 1월이다. 한국에서 바른 먹거리를 내걸고 풀무원이 창립된 게 1981년이었으니 꼭 10년만에 미국에 진출했던 셈이다. 95년 7월과 97년 9월 LA에 두부공장과 생라면 공장을 각각 세웠고 2002년 3월에는 뉴욕에도 두부공장을 설립하면서 4억달러 규모의 미국내 두부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기반을 차근차근 조성해 나갔다.

고급화된 품질을 위한 ‘현지 생산’ 전략에서 풀무원이 가장 신경 쓴 것은 한국에서 정착된 풀무원 먹거리를 그대로 미국에서 살려내는 데 있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풀무원 제품과 똑같은 퀄리티를 구현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식품의 현지 생산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무엇보다 산지에 따른 재료의 차이가 있고, 기술력을 향상하는 데 따른 비용 문제가 만만찮다.

그저 있는 재료로 제조,생산해서 판매하는 식품기업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풀무원은 이른바 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개인의 건강과 생태계를 포함한 지구 공동체의 미래까지를 배려하는 소비 행위를 추구하는 만큼 ▲품질관리 ▲무첨가 ▲환경보전 ▲친환경원료사용 의 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식품기업이 풀무원이다. 제품보다는 ‘이웃사랑 ·생명존중’이라는 정신과 철학을 앞세우다 보니 이를 해외 시장의 전진기지인 미국땅에서 구현하는 일은 말 처럼 쉽지 않다. 풀무원USA가 연전에 생라면 공장을 처분해 버린 것도 기술과 제품의 퀄리티가 한국 공장의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생라면 공장 문을 닫으면서 풀무원USA는 적어도 두부 만큼은 현지 생산화가 퀄리티를 맞출 수 있다고 판단, 여기에 집중하는 전략을 보인다. 지난 2004년 5월 북가주에서 50년 동안 두부를 비롯한 콩제품을 만들어온 와일드우드(Wildwood Natural Food)를 인수한 배경이다.와일드우드 인수는 풀무원이 미주 한인시장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메인스트림을 공략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이었다.

이 과정에서 풀무원USA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사람이 강영철 사장이다.

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강 사장은 한국 본사의 전략담당 부사장과 계열사를 지원 관리하는 브랜드홀딩 컴퍼니 사장을 맡고 있다가 해외시장 진출의 핵심기지인 미국 시장 안정화라는 중책을 떠맡고 지난해 8월부터 풀러튼 미주 본사에 부임했다.

“무엇보다 기술개발과 조직 운영에 따른 비용을 낮추는 일이 우선이었다. 새로 인수한 회사의 조직과 기존 미주법인 조직을 통합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중과제를 수행하느라 정신없었다.”

강 사장은 풀무원USA를 끌어온 1년을 그렇게 요약한다.

새벽 4시부터 배달 트럭에 동승해 북가주와 남가주 지역에 산재한 50여개 납품처를 일일이 순회하는 일부터 착수, 현장을 파악하고 통합된 조직을 추스리는 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경영하는 사람은 회사의 일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 파악하고 상황을 장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는 강사장은 와일드우드를 인수한 지 1년 3개월만인 지난 8월 마침내 풀무원USA의 회계장부에 검정색 숫자를 써넣을 수 있었다.

사실 기자 출신 경영인으로서 온전한 법인 하나를 떠맡아 경영실적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안팎으로부터 부단한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풀무원 USA는 올 상반기 동안 약 1천260만달러의 매출 외형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 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의 누적 적자도 70여만 달러로 억눌러 지난해 같은 기간에 기록했던 140만달러의 적자규모에 비해 무려 50% 나 적자폭을 줄여놓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매출 2천만달러 돌파는 시간 문제이다. 흑자 기조도 안정세라고 강사장은 자신감을 보인다.

강사장의 경영성과에 고무적인 평가를 내린 한국 본사에서는 지난달 27일 풀무원USA에 71억원(약 700만달러)의 자본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 미주 사업을 확대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기반을 마련해주었다.

시장규모가 작긴 하지만 와일드우드 브랜드는 서부지역 시장에서 고단백성분 두부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은 북가주 지역에 비해 남가주에서 와일드우드 두부의 인지도는 약하다. 강사장이 이제부터 주력하려는 작업은 그래서 와일드우드를 내세운 주류 두부시장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다.

한인 동포시장에 대한 전략은 일단 다양한 품목의 고품질 식품을 공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낮은 가격에 대량으로 판매하기 보다 고급화된 제품을 제 값에 공급해서 바른 먹거리 문화를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두부 외에 면류 등의 현지 생산이나 주문자 생산을 지양할 것”이라고 한다. 기술이 우위에 있는 곳에서 식품을 만드는 것이 소비자를 제대로 대접하는 길이라는 설명이 따른다. 현지에서 주문자 생산방식을 할 때는 한국 풀무원 생산 퀄리티에 적합하다고 판정될 때에 한할 것이라고 한다.

“궁극적으로 풀무원이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려면 미국 시장의 매출이 회사 전체 수입구조의 절반에 이르러야 할 것”이라는 강사장의 말은 그 자신 풀무원을  세계적인 식품기업으로 끌어올리는 선봉에 서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없다.

■ 강영철 사장은

2003년 여름 20년 동안의 신문사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한 기자 강영철은 평소 좋은 의논상대가 돼주었던 고교(경복고) 선배인 풀무원의 남승우 사장을 만난다.

내심 대학 강단으로 옮길 셈이었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을 조금이나마 걷어내려 자문을 구하러 간 것이다.”내가 나를 잘 모르겠으니 진로에 대해 조언을 부탁한다”고 말을 꺼낸 강 기자에게 남사장은 대뜸 “풀무원 식구가 돼라”고 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연구와 그에 따른 정도 경영에 천착하면서 피츠버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던 자신의 학문적 관심에 비춰 볼 때 평소 ‘바른 마음 경영’을 모토로 해왔던 풀무원의 기업정신에 호감을 가졌던 터라 남 사장의 제의는 물리치기 어려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2003년 7월 풀무원 전략담당 부사장으로 취임한 강씨는 2005년 3월 정식 이사로 선임되고 한달여 지난 2005년 4월에는 풀무원 계열사를 지원 관리하는 브랜드 홀딩 컴퍼니(BHC) 부문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풀무원의 미주 사업을 챙기기 시작했다.

2005년 8월 풀무원USA 사장으로 취임했다.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매일경제신문 기자 시절 미국 유학길에 올라 피츠버그대학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오늘날 매일경제 신문의 간판사업으로 성장한 세계지식포럼 창설에 산파역을 했다. 

황덕준 / 미주판 대표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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