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바쁘다간 제 명에 못살거예요.” 취임 1주일 남짓만에 일대일 인터뷰에 나선 민 김 행장은 자리에 앉자 마자 한숨 반, 비명 반의 탄식음을 냈다. 9개월여의 짧지 않은 행장 공백을 채웠다는 건 다음 다음 문제다. 여성으로서 최초의 행장이 됐다는 점과 한인은행계에서 거의 없던 내부 승진의 사례가 됐다는 점 때문에 김 행장의 등장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사회적인 통념의 벽과 업계의 해묵은 관행을 두루 깨뜨린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김 행장을 파이어니어 또는 프런티어적인 시대적 의미를 띤 인물로 커뮤니티 금융사의 한 페이지에 싣게 될 것이다. 수도 없이 걸려오는 축하전화, 쇄도한다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인 미디어의 인터뷰 요청, 각종 모임과 행사의 참석 초대…. 게다가 행장이 됐다해서 추호도 줄어들지 않는 은행가로서의 일상 업무까지 요즘 김 행장의 하루는 더도 덜도 없이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사실 김 행장은 여성이라는 점을 접어두더라도 수년전부터 나라은행의 행장이 될만한 재목으로 첫 손가락에 꼽혔다. 그래서인지 김 행장의 등극을 보는 커뮤니티의 시각은 대체로 “될 사람이 됐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지난 95년 한미은행 웨스턴 지점장이던 그를 영입했던 벤자민 홍 (현 새한은행장) 전 나라은행장도 “진작 (행장이) 됐어야할 사람이었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라고 지적할 만큼 김 행장의 취임을 당연스럽게 평가했다. ■ 안팎 지지 얻어 내부 승진 결실 지지의 문제는 김 행장이 1년 반전에도 사령탑 후보에 올랐다가 영입인사인 양 호 행장에 밀렸을 때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기에 이번에 더 부각되는 점이다. “사실 그때 근소한 차로 안돼 실망이 무척 컸었지요.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기대를 많이 했었거든요.” 준비? 그건 무엇일까. “은행 내부에 지지층이 없었던 거지요. 그때만해도 제가 행장 후보라고 했을 때 갸우뚱하는 분위기가 더 많았거든요. 은행과 함께 자라왔기 때문에 이사진이나 임직원 등 내부사람들이 제 장단점을 속속들이 잘 알지요. 그런만큼 냉철하게 판단할 수 밖에 없지요. 그 결과 2년전에는 아직 민 김은 아니다, 그런 결과였던 거지요. 외부인사를 영입할 때는 새로운 게 더 좋아보이고 기대감도 더 있게 마련인데 그게 내부 후보자였던 제 장단점 보다 더 컸다는 얘기는 제가 준비가 덜 됐던 탓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요.” 그렇다면 이번엔 내부 지지로 표현된 행장 준비를 잘 했을까. “이번엔 스스로 행장 후보로 내세우지 않았어요. 불과 1년 반 남짓 시간만에 내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았으니까요. 이사진에게도 은행을 크게 키워줄 행장을 찾아달라고 요청했지요. 그런 뒤 행장 대행역할에 충실했지요. 앨빈 강 CFO, 보니 리 전무와 함께 3명이 행장 공백을 잘 메꿔나가다보니 다른 간부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실적도 좋아졌지요. 부행장급들을 비롯 중간간부들의 시선이 바뀌면서 이사진들도 우리 3인 대행체제를 평가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굳이 외부에서 영입할 필요가 없겠다는 판단을 하신 것이라 봅니다.” 행장 자리를 의식하지 않고 대행체제의 은행을 굳건히 하는 데 주력하다 보니 정작 그에게 절실했던 내부 지지가 형성됐다는 말이다. 행장 인선위원회에서 11월초 감독국에 행장 승인을 요청할 것이라고 통보했을 때 김 행장은 솔직히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결과에 은근히 놀랐다고 한다. “3명이 에고(ego)를 버리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 대행체제를 잘 끌어왔던 만큼 행장직 수락에 두가지 조건을 걸었지요. 이사진의 전적인 지원, 그리고 앨빈 강, 보니 리 두 전무를 계속 지원하고 한팀으로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 인프라 탄탄…틈새 공략 본격화 그 리더십의 정체는 무엇일까. “은행은 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3명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중요했지요. 자칫하면 정치적으로 흐를 수 있어 의견이 뒤섞이지 않도록 했지요. 내부의견을 충분히 듣고 최선의 선택을 해나가다보니 대단한 힘을 가진 추진력이 발휘됐어요.” 리더의 힘은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낸 데서 비롯된다는 말인 듯하다. 이제 김 행장은 취임 자체에 대한 주목도에서 벗어나 역량 발휘라는 실적에 모든 눈길이 쏠리고 있음을 의식해야하는 처지이다. 한인은행계의 내부승진 사례가 이어지고, 세대교체의 과제가 실현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은행을 키우기 위한 내부 인프라는 지금 나라만큼 탄탄한 곳이 없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내실과 성장을 균형잡아야지요. 회계문제로 감독국의 제재를 받은 게 오히려 내적인 기틀을 다지는 기회가 됐어요. 이제 수익성에 중점을 두고 지점망 확충 등을 통해 차별화되고 전문성이 강한 은행으로 포지셔닝하도록 할 겁니다.”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경구절을 곁들인 김행장은 “어떤 아주머니께서 절 알아보고 ‘화이팅!’이라고 소리치며 주먹을 불끈 쥐시더군요. 밖에서도 그처럼 지지해주니 저 혼자의 일이 아니다 싶어요.”라며 “잘 해야지요”를 몇차례고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황덕준 / 미주판 대표겸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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