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마이너리티가 대세라면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이나 흑인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은 지금 당장은 정확하게 50% 일 것이다. 집권 공화당에 맞서는 민주당에서 여성인 힐러리 로드햄 클린턴과 흑인인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 둘 중 한명이 대선 후보로 결정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양당의 경선이 끝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그 확률은 더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다. 힐러리가 되든 오바마가 되든 미국 역사에서 마이너리티로 치부됐던 계층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을 배출하게 된다. 그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되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비주류에 속해 있던 한 분야에서 또 한차례 주류화를 이루는 것이다.

뉴밀레니엄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시사했듯 21세기 들어 세계 각 분야와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이른바 마이너리티의 성공과 성장, 비주류의 일대 약진이 아닐까 싶다. 굳이 자료를 뒤적일 필요도 없다.

땅덩어리와 인구 규모만으로야 절대무비의 메이저랄 수 있겠지만 지지리도 후진적이던 중국의 경제적 주류 등극은 그같은 사례의 으뜸이다. 전자제품 브랜드 파워에서 영원한 1위일 것처럼 보이던 소니를 무너뜨린 삼성도 있고, 제너럴모터스(GM)를 휘청거리게 만들며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신주류로 떠오른 도요타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이민자 출신의 아널드 슈와제네거, 히스패닉계 최초로 미국 대도시 시장이 된 LA의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는 어떤가.

우리네 주변만 돌아봐도 메인스트림의 물결에 몸을 실은 비주류의 성공 스토리는 그 분량으로만 치면 LA한인타운에서 뿌려지는 업소록 두께로도 모자란다. 20여일 뒤면 정권을 주고 받게 되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또한 메이저가 된 마이너의 다큐멘터리 몇편을 만들고도 남을 이야기 거리를 갖고 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사회에서 이른바 정통 엘리트코스라는 KS(경기고-서울대) 마크의 궤도를 달린 주류집단과 거리가 먼 코스를 달려온 두 사람이다. 그들이 머저리티(Majority)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정점인 최고권력을 잡은 것은 소수파들의 무수한 성공 사례에서 빼놓을 수가 없다.

혼란스러운 것은 머저리티 또는 메인스트림으로 일컫는 주류에 진입했거나 주류가 됐다고 보이는 ‘마이너리티 출신’의 애매모호한 정체성이다. 원조 주류집단의 멤버들조차 언감생심 만져보지도 못한 사회적 파워의 절정에 도달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마이너리티의 진입 사례를 대표할 뿐이다.

그 자체로 메이저가 됐다고 인정되는 것같지도 않고, 그렇게 자처하지도 않는 듯하다. 힐러리가 대통령이 됐을 때 여성계와 여성정치인이 대세를 장악할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 시대에 흑인사회, 흑인 커뮤니티가 미국이라는 복잡다단한 거대사회의 도도한 주류가 되는 것인가…?

가상의 미래를 전제로 할 필요가 없겠다. 한국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5년전 취임 때부터 물러날 때가 다 된 지금까지도 줄곧 마이너리티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상고를 나와 대학을 다니지 않은 고시생 출신’이라는 딱지 때문에 주류를 압도하고도 남을 권력에 있으면서도 그는 마이너리티요, 그 콤플렉스 탓에 여태 몽니를 부릴 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것은 인식의 모순이다. 마이너리티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점이 머저리티라면 거기에 이르렀을 때 자동 주류여야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어디까지나 일시적으로 주류에 몸 담았다가 다시 마이너리티로 돌아갈 뿐이다.

책상에 놓인 신문마다, 리모콘으로 바꿔대는 채널마다 색종이 흩날리는 유세장에서 힐러리와 오바마가 두팔을 치켜든 채 활짝 웃고 있다. 가만 보니 그들은 여성도, 흑인도 아니다. 그냥 사람이다. 소수와 다수, 주류와 비주류, 마이너와 메이저를 굳이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인간으로 뭉뚱그려 보면 안되겠는가 말이다. 21세기의 도도한 흐름이 마이너리티의 대세화라면 더욱 그렇다. 하물며 인식의 모순 따위는 무슨….

황덕준/미주판 편집인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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