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위격화…군ㆍ국왕 ‘중재자’ 나설까

태국 잉락 친나왓 총리의 하야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사태 수습 위한 열쇠를 제 3자인 군과 국왕이 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태국 군부와 왕실은 과거에도 정국 불안을 수습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군부는 태국 정치사에서 중대한 변수로 작용했다.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18차례나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송두리째 흔들어놨다. 지난 2006년에는 탁신 친나왓 총리(잉락 총리의 오빠)가 국제연합(UN)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사이 쿠데타를 일으켜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2010년에는 친(親) 탁신계 시위대인 ‘레드셔츠’가 2개월 넘게 방콕 시내를 점거하자 강제 해산시키기도 했다.

태국의 현 육군총사령관인 프라윳 찬-오차는 ‘정치 불개입’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지난 1일 잉락 총리와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 간의 전격 회동을 중재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중재자’로서의 국왕 역할론도 부상하고 있다. 재위 67년째인 푸미폰 아둔야뎃<사진> 국왕은 국민들에게 절대적인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인물이다. 지난 2006년 4월에는 탁신 총리의 부정부패를 규탄하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탁신 총리에게 차기 총리직에 출마하지 말라고 권유해 총리의 마음을 돌려놓기도 했다. 오는 5일 86번째 생일을 맞는 푸미폰 국왕이 이날 어떤 연설을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태국 반정부 시위는 무력대응으로 치달으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잉락 총리는 2일 국민에게 권력을 되돌려주고 퇴진하라는 반정부 시위대의 최후통첩을 거절했다. 잉락 총리는 TV로 전국에 방송된 기자회견을 통해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퇴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경찰은 수텝 전 부총리에 대해 반란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반란 혐의는 사형 혹은 종신형으로 처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수텝 전 총리는 시위대에 총리관저와 경찰본부 등 정부 건물 점령을 촉구하며 이튿날까지 친나왓 정권을 붕괴시키겠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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