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의 러닝타임은 자칫 ‘민폐’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천재작가 샤오홍의 삶을 그보다 더 짧게 압축하긴 감독 입장에서 어려웠을 터. 더불어 탕웨이가 그녀를 연기했기에 감독 또한 긴 러닝타임을 고집할 수 있었을 지 모른다. 탕웨이는 여관 창고방에서 생활하던 샤오홍의 초췌한 얼굴부터,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문인들과 어울리며 생기로 빛나는 얼굴, 건강이 나빠지면서 죽음의 불안감이 드리운 얼굴까지, 그녀의 인생 굴곡에 따라 수많은 얼굴을 보여준다. 놀랍게도 그 얼굴들은 한결같이 아름답다. 3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건 탕웨이의 힘이다. ‘황금시대’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상영됐다.
한줄평: 탕웨이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레드카펫’ (감독 박범수 / 출연 윤계상·고준희 / 개봉 10월 23일)
포스터와 예고편부터 봤다면 오해할 법 하다. ‘에로영화 감독’이 주인공이고 현장의 에피소드를 담는다니, ‘색즉시공’과 같은 섹시 코미디를 떠올리기 쉽다. 사실 ‘레드카펫’은 에로영화 감독이 세상의 조롱과 편견을 떨쳐내고 꿈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에피소드 등은 진부하지만, 박범수 감독의 자전적 영화인 만큼 진정성이 강점으로 다가온다. ‘19금’ 요소를 내세운 홍보 전략이 ‘신의 한 수’일지 패착이 될 진 알 수 없지만, 소소한 웃음과 따뜻한 위로가 있는 ‘착한 코미디’임에 분명하다.
한줄평: 19금 소재에 속지 말 것! 사실은 착한 코미디 ★★★

‘나를 찾아줘’ (감독 데이빗 핀처 / 출연 벤 애플렉·로자먼드 파이크/ 개봉 10월 23일)
‘스릴러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세븐’, ‘파이트 클럽’, ‘조디악’ 등 스릴러 걸작들을 만든 데이빗 핀처는 그 명성을 더 높일 작품으로 극장가를 찾아왔다. ‘나를 찾아줘’는 결혼 5주년에 아내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가 갑자기 사라진 사건에서 시작된다. 에이미 실종 사건을 진실을 쫓는 것보다, 남편 닉(벤 애플렉)이 공권력과 언론, 대중으로부터 경험하는 폭력이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선 2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총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극장가에서 거둘 성적표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줄평: 올해 가장 완벽한 스릴러. 잡념 끼어들 틈이 없다 ★★★★☆

‘나의 독재자’ (감독 이해준 / 출연 설경구·박해일 / 개봉 10월 30일)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신선한 발상과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풀어낸 수작이다. 무명배우 성근(설경구 분)이 김일성의 대역을 맡아 변해가면서 아들 태식(박해일 분)과 갈등을 빚는 내용을 담았다. 설경구는 ‘역도산’에 이어 또다시 ‘고무줄 몸무게’에 도전하는가 싶더니, 노년의 성근을 연기하기 위해 5시간에 걸친 특수분장까지 감행했다. 외모적으로 공들인 것 이상으로 설경구는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인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싶었던 평범한 아버지부터, 생애 처음 맡은 주인공 역할인 김일성에 빙의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관객의 눈물과 웃음을 불러낸다.
한줄평: 아들에게 자랑스럽고 싶었던 아버지의 가슴 먹먹한 진심 ★★★★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