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전현무 진행·유세윤 웃음·성시경 논리…찰떡궁합 ‘전·유·성’

핵심과 진행방향 잘 캐치하는 현무
웃기는 포인트 잡아주는 역할의 세윤
출연자 의견 재정비해주는 시경
프로그램 빛내는 세 MC들

JTBC ‘비정상회담’이 8개월을 넘겼다. 출연자인 G12는 다른 프로그램 섭외 요청을 받고 있고 그중 몇몇은 CF까지 찍고 있다. 4월 9일부터는 ‘장수위성TV’에서 중국판 ‘비정상회담’이 전파를 탄다. ‘비정상회담’의 스핀 오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도 호평을 받고 있다.

출연자들은 이렇게 화려하지만 MC와 게스트는 빛이 안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 점에서 제작진은 “항상 MC들과 게스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비정상’MC는 매우 어려운 자리다. 말을 안하면 존재감이 떨어지고 말을 많이 하면 “주제 넘는다”고 한다. 운신의 폭이 좁다. 적절하게 치고 들어와 딱 필요한 멘트만 하고 비정상 12명의 존재를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는 게 MC가 해야 할 일이다. 미남투표에서도 MC들은 최하위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3MC들은 역할 분화가 확실히 이뤄지고 있다.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 세 MC들은 처음 호흡을 맞췄지만 조합이 좋았다. 진행과 추임새를 겸하는 전현무의 토크와 뛰어난 ‘촉’을 자랑하는 유세윤의 토크, 성시경의 미세한 토크의 조합은 어우러졌다.

주로 진행을 맡는 전현무는 장악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전현무의 유머코드는 인간미가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일부 있었지만, 호감도가 매우 높아졌다.

전현무는 총명하며 집중력이 있고 센스, 순발력까지 갖췄다. 그래서 핵심과 진행 방향을 잘 캐치한다. 연이은 셀프디스로 격의 없게 만든다. 최근 방송된 ‘몰래카메라 특집’은 전현무가 극현실적이고 인간미는 없을 거라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본인은 “줄리안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라고 말했지만, 줄리안의 갑작스런 금전 부탁에도 망설임 없이 연속으로 돈을 빌려주고 줄리안을 걱정하던, 의리 있는 형이었다.

전현무는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 마음이 약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거절 결핍증이 있는 듯하고, 혹시 자신이 프로그램에 상처를 낼까봐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인다. 어쨌든 전현무는 점점 좋아지는 MC이자 점점 호감과 매력이 느껴지는 MC이다.

‘비정상회담’ MC들은 출연자 12명을 빛내주기 위한 어시스트를 잘 해야 한다. 그럼에도 세 MC들은 기능별 분화를 잘 이뤄내고 있다. 비정상 의장단중 유세윤이 전현무(왼쪽) 성시
경의 가운데 앉는 것은 예능적 재미를 중시한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유세윤은 웃음을 맡고 있다. 유세윤의 투입은, 우리와는 이질적인 문화권인 ‘비정상’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고 웃게 만들 수 있는 코미디언이 필요하다는 계산하에 이뤄졌다.

하지만 유세윤은 초반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하지 않던, 자신의 속 이야기를 제법 했다. ‘비정상회담’에서 유일하게 자식을 낳아 키우고 있고, 부침 많은 연예계에서 나름 경험도 많은 그가 속내를 드러내는 게 좋았다. 유세윤은 진심으로 ‘비정상’ 멤버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정상’들이 프로그램에 완벽히 적응하면서 그의 조언이 주제 넘는 일이 돼버렸다.

그래서 유세윤이 가급적이면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걸 자제하고 코미디쪽으로 갔다. 그래서 이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뼈그맨’ 유세윤이 ‘비정상회담’에서 지나칠 정도로 웃기려고 몸개그와 말개그를 반복하고 치중하는 데에는 그런 슬픈(?) 사연이 숨어있었다. 유세윤이 얼마전 ‘오춘기’를 주제로 한 토크에서 자기 이야기를 약간 한 것은 그동안 자기 색깔을 너무 안보여준 데 대한 반작용이었다.

성시경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 있게 얘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연예인이다. 그래서 ‘비정상회담’을 지적인 프로그램으로 보이게 하는데 일조한다. 하지만 스마트한 진행을 하는 성시경 같은 MC에게는 호불호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조금만 자신의 생각을 개진해도 “잘난 체 하냐”나 훈계하는 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성시경은 ‘회식문화’에 대한 토론을 경험한 후 자신의 방향을 확실하게 잡았다. 현란하고 유식하고 주관적인 멘트는 가급적 자제하고, 비정상의 발언이나 생각을 정리하는 선에서 자신의 논리를 드러낸다. ‘비정상회담’ 제작진은 “성시경의 발언은 정말 다양하다. 논리적인 것과 해박한 지식을 볼 수 있는 것 등등.. 하지만 연예인이라 적절히 편집도 해준다. 성시경의 많은 멘트를 제대로 못살려 아쉬울 때도 있다”고 전했다. 어쨌든 성시경 같이 자기 소리를 내는 MC는 ‘비정상회담’에서 분명 필요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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