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청소년영화제와 법정 다툼까지…“갑질의 슈퍼 갑”?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이하 청소년영화제)의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청소년영화제 측은 영진위가 부당한 이유로 각종 지원 사업에서 영화제를 배제시키고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영진위는 대형 로펌을 선임해 맞서고 있다.

2일 청소년영화제 측에 따르면 영진위는 지난 1월 임금체불 등을 이유로 영진위가 주관하는 각종 지원사업에서 영화제를 배제하는 등의 처분을 내렸다. 영화제 측은 “실질 임금을 줄 명분이 없는 민원인 2명에 대해 그들의 자격 조건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영진위가 일방적으로 임금 지불을 권고했다”고 반발했다. 영화제 측이 이들 2명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영진위는 영화제가 시정 권고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지원사업 배제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청소년영화제는 소송을 제기했고 부산지방법원은 지난달 27일, 영진위의 사업지원 배제 및 투자조합수혜 제한 처분의 집행을 정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영화제 측은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영진위는 법원의 처분을 다르게 해석했다. 영진위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본안에 대해 위법하다거나 부당하다는 등의 내용적인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며 “청소년영화제가 제기한 집행정지신청은 영진위 지원사업배제 및 투자조합수혜제한 처분에 대한 것으로 국가보조금 자체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아님을 밝힌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영진위는 본안소송을 위해 법무법인 태평양의 6인의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고용했다. 이곳은 한국 로펌 중 3위에 해당하는 대형 로펌이다. 영진위는 청소년영화제의 소송 제기로 다른 영화제가 피해를 보고 있고,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선 본안소송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명 대형로펌을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청소년영화제 측은 “현 제도에서 보면 영진위는 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요즘 흔히 회자되는 ‘갑질’의 슈퍼 갑”이라며 “영진위의 지원금 일부(약 17%) 를 받아 매년 개최되고 있는 청소년 영화제가 행정 소송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수도 있지만 억울한 영화제에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영화제 측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차동언 변호사는 “영화제 예산배제결정 취소소송과 함께 낸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서 부산지방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것은 영진위에서 예산배제결정 등을 취소하고 원상태로 청소년영화제에 예산을 주라고 한 의미”라며 “같은 재판부에서 내린 가처분 결정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기관인 영진위에서 유명 대형로펌을 선임한 것은 감사대상이 된다고 생각하고 만일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고 예산을 안주면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고 감사청구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영진위가 2억 원의 지원금 배정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3억2000만 원을 보탰던 서울시도 올해 지원 대상에서 영화제를 제외하면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이에 영화제 측은 “국내 유일하게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국제영화제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개막까지 4개월 정도 남았다. 이미 많은 해외 영화인과 해외 학생들에게 초청장을 보낸 상태다. 이러한 사태로 영화제가 무산된다면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담벼락이나 주차장에서라도 영화를 상영할 의지로 영화제를 준비할 것”이라고 올해 영화제를 정상적으로 치르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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