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누구? 안방 극장에 부는 카메오 열풍= 지난 22일 첫 방송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방송 전 김유정과 박보검이라는 주연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1화를 빛낸 주역은 또 있었다. 차태현과 조여정이 카메오로 출연이다. 두 사람은 머슴과 주인집 며느리로 분해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커플로 호흡을 맞췄다. KBS2 ‘프로듀사’ 이후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차태현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출연해 한복 차림이 익숙한 조여정의 조합이었다. 여기에 정이랑은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 이문식도 익살맞은 역으로 감초 역할을 도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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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
동시간대 방송된 tvN ‘싸우자 귀신아’에는 ‘로코퀸’ 서현진이 점원으로 등장했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같은 채널의 ‘또 오해영’ 이후 오랜만의 안방 나들이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다. ‘싸우자 귀신아’는 첫 화부터 카메오 행진을 이어온 대표적인 드라마 중 하나다. 첫 회에 심형탁은 대학 교수로 깜짝 출연했고, 우현은 고주망태 귀신으로, 코미디언 이세영과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도 귀신으로 등장했다.
SBS ‘닥터스’에도 남궁민, 한혜진 이상엽 등이 등장해 에피소드 하나를 이끌어 나갔고 오는 11월 방송 예정인 tvN ‘안투라지’는 시작도 전에 하정우와 김태리, 진구, 아이오아이, 마마무 등 초호화 카메오 라인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KBS2 ‘함부로 애틋하게’와 MBC ‘더블유(W)’에도 각각 류승수, 윤박, 준호, 이유비와 황석정이 깜짝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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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SBS 제공] |
▶보는 재미에 몰입도는 덤, 홍보 효과도 톡톡 ‘신의 한수’= 카메오는 단순히 반가움과 보는 재미를 더하는 것 이외에도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첫 화였지만 방송 이후 카메오에 대한 호평이 빠지지 않았다. 연기력이 담보된 차태현과 조여정 커플의 케미는 물론 욕쟁이 국밥집 주인으로 나온 정이랑도 맛깔스러운 욕으로 웃음을 선사하며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줬다. ‘싸우자 귀신아’ 역시 매회 애피소드마다 카메오가 귀신으로 등장하거나 작은 단역을 맡아 다채로운 얼굴을 볼 수 있다. 이세영은 주인공 옥택연을 놀래키려다 오히려 얻어 맞는 귀신으로 등장, 거대한 골리앗 최홍만과 우현도 귀신으로 분해 큰 웃음을 줬다. 이수경은 사랑하는 연인 곁을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귀신으로 열연을 펼쳤다.
단시간 등장해 임팩트를 주고 떠나는 카메오는 또 한 번 진화했다. 한 애피소드 안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오랜 시간 극을 끌어가기도 한다. ‘닥터스’의 남궁민과 한혜진이 그 예다. 둘은 각각 아픈 두 아들을 살리고자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뇌 손상을 입고 대사 없이 눈빛으로만 연기해야 하는 환자 역할을 맡았다. 주연급 배우의 카메오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기 충분했고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싸우자 귀신아’를 연출한 박준화 감독은 “한 회에 아주 잠깐 출연을 하더라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 특정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배우들이 출연하게 되면 드라마의 완성도와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1회의 경우나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극의 경우 시청자들이 평소에 잘 알고 있는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을 때 몰입도가 높아진다”며 “단역 배우를 쓸 수도 있지만 작은 역이라도 연기력이 담보된 배우들이 나오게 되면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에도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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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 E&M 제공] |
홍보 효과도 뒤따른다. 한 드라마 홍보사 관계자는 “카메오가 출연하는 회차는 홍보하는 게 한층 수월하다”며 “화제가 되는 인물일 수록 기대감이 높아 본방사수하게 될 확률을 높일 수 있어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부터 카메오 섭외에도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싸우자 귀신아’에 서현진이 카메오로 등장한다는 소식은 각종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릴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에 박준화 감독은 “홍보 효과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화제가 많이 돼 놀랐다”며 “실제 분량이 적은데 오히려 더 부담이 됐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다.
▶‘민폐’? 사공이 많으니 배가 산으로= 카메오는 말 그대로 단 시간 등장해 임팩트를 주는 단역으로,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종영을 앞두고 월화극 독주를 이어나가고 있는 ‘닥터스’는 한혜진, 남궁민 카메오 라인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잦은 카메오 출연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의학드라마의 특성상 매회 새로운 환자가 등장하고, 여러 애피소드가 전개되기 때문에 환자 혹은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카메오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 보다 카메오가 주가 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PD는 “카메오는 단 시간에 등장해 임팩트를 줘야하고 극의 흐름을 깨면 안되기 때문에 연기력이 담보된 배우나 얼굴이 잘 알려진 유명한 사람을 쓰게 된다”며 “의도됐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초호화 캐스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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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는 카메오를 남발하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비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PD는 “캐릭터에 맞게 적재 적소에 배치해 자연스럽게 극 안에 녹여지는 형태여야 시너지가 발휘되는데 카메오를 남발하게 되면, 기존 주인공은 어쨌든 익숙한 사람이고 카메오는 새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집중의 포인트가 바뀔 수 있어 몰입도가 흐트러 진다”며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신이면 상관 없지만 역할이 주인공이랑 연결되는 와중에 주인공 라인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는 형태로 분량조절이나 캐릭터 선정에 실패하면 집중은 깨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웃음이나 잠깐의 눈요기를 위한 카메오 출연도 독이 될 수 있다. 한 드라마 PD는 “카메오를 위한 카메오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화제성 등을 위해 카메오를 억지로 집어 넣은 형태라면 어떤식으로든 극에 방해만 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메오의 득과 실을 떠나 본질은 드라마의 완성도와 흐름이다. 박준화 감독은 “카메오가 단발성으로 화제가 될 수 있고 홍보 효과가 있다고 해도 고정 시청자를 유입하는 강력한 촉매제라고 하긴 어렵다”며 “말 그대로 감독과 배우와의 인연과 관계를 기반에 둔 특별출연이자 우정 출연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