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김희철은 ‘아는 형님‘에서 못하는 게 없다. ‘아는 형님’에서 게스트를 포함해 거의 모든 상대방의 멘트를 받아치고, ‘쏭스타그램‘ BEST6코너에서도 모르는 노래가 거의 없다. 다비치와 강타가 출연한 29일 방송에서는 김희철이 펌프 동선을 다 외우고 있었다.
김희철의 멘트는 세다. 멘트 수위가 꽤 높다. 여자게스트에게 “담배 피냐”고 묻는다.(김희철 자신은 담배를 피지 않는다) 한마디로 깐족 대마왕이다.
김희철은 언뜻 보면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 모든 걸 털어낸다. 오늘이 마지막 예능이라는 각오로 방송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그냥 센 멘트만 하는 게 아니다.
김희철은 ‘아는 형님’ 자막에도 올라왔듯이 ‘TV덕후’를 넘어서는 ‘문화박사’다. TV백과사전이다. 게다가 기억력도 좋다. 한번 봐도 기억을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김희철은 기억력과 순발력이 장난이 아니다. 그 기억력이 그의 순발력과 위트와 결합하면 빵빵 터진다. 여운혁 CP는 “김희철은 안보는 TV 프로그램이 없다”면서 “방송에 최적화된 스펙을 쌓았다”고 말했다.
김희철은 ‘쎈 토크’로 ‘아는 형님’을 무근본 무개념 버라이어티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그래서 김희철을 ‘고삐 풀린 망아지’라고 하기도 한다. 열혈사원 김희철은 29일 방송에서는 같은 소속사 이사로 있는 ‘노잼‘ 강타를 하드캐리하며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김희철의 역할은 다른 곳에서 더욱 빛난다. 그의 센 느낌과 방송 마니아라는 속성이 합쳐지면서다.
방송평론가 정덕현은 “김희철은 시시콜콜한 것 까지 다 알고 있다. 그런 친구가 방송에서 깐족대기 시작하면 좀 무섭다.사람들이 옛날 던진 드립들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라면서 “‘아는 형님’에는 강호동 같이 선배이고 센 친구들이 있어 이런 사람들과 붙으려면 뭔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희철은 ‘아는 형님’에서 가늠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희철이 ‘난 너네들이 과거 던진 말들을 다 알고 있다’가 단순히 뇌관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희철의 ‘개드립’은 거의 그의 선배들로 구성된 멤버들간에 일방적으로 밀고 밀리는 관계가 아니라 때로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시켜주기도 한다. 민경훈이 오랜만에 조금 잘난 체 할라치면 바로 응징 내지는 제어에 들어가는 것도 김희철이다.
김희철 토크의 강도가 세고 수위가 높을 때도 꽤 있어 비호감이 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토크를 인신공격용이 아니라 재미있고, 분위기를 띄우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 그런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비호감이 될 우려는 안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