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논란‘옥중화’ 박주미 마지막 혼신연기로 부활

MBC 사극 ‘옥중화’에서 정난정을 맡은 박주미<사진>는 초반부터 연기력 논란이 일었다.

강한 집착과 야망으로 권세를 손에 쥐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악행을 저지며 권력을 농단한 ‘정난정’역을 맡았지만, 정난정이 지닌 악역의 느낌이 별로 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정난정을 표독한 모습이 아닌 좀 더 차분하면서 서늘하게 그리려다 억양을 달리한다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고 악녀 느낌이 충분히 나지 않게됐다.

박주미는 후반부에 접어들며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 이름 연관검색어에 ‘연기’가 뜨는데,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연기력 논란이 일어나면 웬만한 배우도 흔들리게 된다. 오히려 사극에도 많이 출연했고 24년차 베테랑 배우여서 그 말이 더욱 신경이 쓰였을 터.

움추러들고 긴장하면 연기는 더 안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박주미는 마라톤 레이스인 장편 사극에서 마음을 잡으며 더욱 열심히 연기에 임했다. 연기가 조금씩 나아졌다.

특히 마지막회(51회)에 국정을 농단한 남편 윤원형(정준호)와 함께 유배지에서 환각증세를 보이며, 결국 독약을 마시고 자진하는 장면의 연기는 몰입도를 크게 높여주었다.

‘옥중화’의 갈등구조는 옥녀-태원(고수)-명종의 개혁세력<대윤>과 문정왕후(김미숙)-윤원형-정난정<소윤>의 수구세력간의 대립이다. 정난정은 주인공 옥녀와 대립하는 인물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그리고 그 자신이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기생에서 첩이 되고, 그후 뛰어난 언변과 술책으로 정경부인의 자리까지 차지하며 실세가 되는 과정도 그려냈다.

박주미는 카메라 뒤에서도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천하의 정난정이 미치는 장면의 연기는 그냥 탄생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진하기 직전 “나는 언제나 벼랑끝에 서있었다. 어차피 나에겐 내일이 없었다. 두려울 게 없었다”라고 말하며 울부짖었다. 그 울부짖음속에는 연기를 극복하려는 강렬한 의지가 느껴졌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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