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도깨비’ 공유와 김고은의 관계가 나타내는 것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에서 김신(공유)과 지은탁(김고은)의 나이 차이는 920년이다. 도깨비인 김신이 939살, 여고 3년생인 지은탁이 19살이다. 김신이 빠른 생일이라고 하니 정확한 나이차는 919살이다. 물론 아무런 의미 없는 나이 차이다. 하지만 원조교재라는 댓글도 있기는 하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남녀의 단순한 사랑이 아닌 근원적인 얘기를 던지고 있다. 생과 사, 환생과 윤회 등을 건드린다. 따라서 둘의 관계는 겉모습만이 아닌 본질을 보고 파악해야 한다.

수호신 같은 존재이기도 한 김신은 고려말 엄청난 일을 겪었다. 아끼던 부하들이 죽고, 자신과 관련이 있는 왕실 여성도 죽었다. 그런데 자신은 살아있어야(불멸) 하니 이 또한 큰 벌이다.

김신은 현대에 와서 자기 가슴에 꽂힌 검을 볼 수 있는 도깨비 신부인 지은탁과의 만남을 통해 이 이야기를 풀려고 한다.

동시에 김신은 이모 가족으로부터 학대받고 학교에서도 따돌립을 받지만 씩씩한 이 여자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줄 것을 염려하는 멘토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김신은 때로는 담담하고, 때로는 성찰조의 내레이션으로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성숙한 이야기를 지은탁에게 들려준다. 이 대사들은 900여년을 묵힌 인생의 연륜과 통찰이 담겨있다. 939살의 철 든 모습이니, 인생을 관조하는 느낌이다. 지은탁의 10년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도와주고 싶었을 것이다. 또 지은탁은 자신의 생을 마감시킬 수 있는 존재다. 이런 무게감과 비극성이 자칫 원조교제 느낌이 날 수 있는 개연성을 원초적으로 차단시킨다. 또한 판타지의 가벼움조차도 ‘뻔타지‘가 되지 못하게 만든다.

이 무게감속에서 천국의 계단으로 향하는 입양아 에피소드,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이야기, 환자를 극적으로 살려내고 과로사한 의사의 에피소드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심지어 여전히 몸짱인 공유의 섹시미마저 오랜 기간 ‘숙성된 섹시미’로 느껴진다. 지은탁은 공유의 자장안에서 마음대로 연기할 수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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