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카의 연예시대]카멜레온 배우 박영규

미달이 아빠~! 카멜레온 같은 배우 박영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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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2TV 수목 미니시리즈 ‘김과장’에서 악역인 박현도 회장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배우 박영규는 요즘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04년 미국에 살던 아들을 교통 사고로 잃었고 2005년 드라마 ‘해신’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2009년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2′로 컴백 한 이후 쉬지 않고 TV와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컴백한 후 출연했던 많은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현재 출연 중 인 ‘김과장’에 이르기까지 그는 주로 그룹의 총수, 정당 총재 등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거나 하는 역을 맡아 ‘박영규’만의 색깔로 연기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순풍산부인과’에서 처가 집에 얹혀사는 ‘찌질한 데릴사위 역’을 맡았던 것 빼고는 거의 ‘돈 많은 사람’을 연기해 왔다. 마치 돈이 없어 폐결핵에 걸려 죽을 뻔 했던 과거의 한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말이다.

2011년 ‘보스를 지켜라’ 라는 드라마에서 아들 역의 지 성에게 무한 애정을 과시할 때 그는 오토바이 사고로 잃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생각하며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자신의 인생을 드라마에서 녹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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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영화 ‘별리’로 연예계에 입문했고 같은 해 MBC-TV ‘베스트 셀러극장-초록 모자’에 출연하면서 브라운 관에 등장한 그는 연기력을 인정받아 특채로 MBC 탤런트가 되었다. 필자의 선배가 그 신인 탤런트가 너무 좋다고 하여 인터뷰를 빙자(?)하여 그 선배의 옷 가게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순전히 사심 섞인 인터뷰였지만 그가 서울 예대 선배여서 였을까. 그 짧은 시간 동안 처음 만난 사람같지 않게 정이 갔고 금세 친해졌다.

당시 그는 마른 체형이었고 초록색은 아니었지만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말도 별로 없었으며 얼굴도 지금의 얼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신인 탤런트의 절망적인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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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그가 1988년 MBC-TV ‘내일 잊으리’ 라는 주말 극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고 ‘카멜레온’이라는 노래로 ‘장동건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을 무렵 필자가 다시 만난 그는 ‘카멜레온’ 이라는 자신의 히트곡 제목처럼 완전하게 변신해 다른 사람같아 보였다. 무척 쾌활한 말씨에 살도 많이 쪘고 여유로워 보였으며 자신의 지갑을 일부러 보여 주며 “만원 짜리가 몇 장이 있는 지도 몰라. 몇 장 없어져도 모른다니까”라고 충청도 사투리(그의 고향은 대전)로 말했는데 그의 성공을 축하하고 기뻐하면 서 함께 웃었지만 신인 시절의 그의 모습이 더 좋았던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가난으로부터 벗어 나려고 발버둥치며 연기했다. 돈을 벌기 위해 연기했다. 죽지 않기 위해 연기했다. 연기는 나의 굴곡진 인생을 치유해 준다”라고 한 인터뷰에서 고백했던 그는 2014년 KBS 대하 드라마 ‘정도전’에서 능수능란한 정치가 이인임을 연기할 때 그의 연기 인생에서 정점을 찍는 듯 보였다.

그가 연기한 구렁이 같은 정치가 이인임은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달랐다. 몇 편의 사극에서 박영규는 진중한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고 연기력을 인정 받기도 했지만 ‘정도전’의 이인임은 박영규가 단순한 악역에 그칠 수 있는 이 인물을 작가의 대사를 통해 얼마나 잘 해석하고 연기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역할이었다. 그의 진중한 저음의 목소리는 평범한 악역이 아닌 정치적인 식견을 가진 현대적인 인물로 이인임을 다시 태어나게 한 것처럼 3번의 결혼, 아들의 죽음 등을 겪었던 그는 데뷔한 지 30여년 만에 그의 노래 제목인 카멜레온처럼 그렇게 또 한 번 변신에 성공했다. 그런데요, 박영규 선배님~! ‘초록 모자’ 때의 신선함과 순수함~! 절대 잊지 마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엘리카 박

●엘리카 박(Elika Park·한국명 희성)씨는

1982년 ‘영 11′이라는 MBC-TV 쇼 프로그램 구성작가로 데뷔. 방송작가 생활을 하며 여러 매체에 ‘자유기고가’로 연예 관련 칼럼과 뒷얘기를 썼다.1990년대 후반 LA에 정착한 후에도 이벤트회사를 운영하며 프리랜서로 집필활동 중이다. 서울예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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