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사극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극 초반 적극적이고 발랄한 성격의 가령 역을 사랑스럽게 소화했던 채수빈이 극 후반 남편 길동(윤균상 분)이 죽은 줄 알고 한층 성숙하고 애절하게 변한 성격마저 처절하게 소화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일 방영된 ‘역적’ 27부에서 채수빈의 연기력은 더욱 빛났다. 복수의 기회만 노리던 가령이 녹수(이하늬 분)에게 들통이 난 이후 시점이 그려진 27부에서 자신의 야망을 위해 사랑을 버린 녹수와 자신의 사랑을 위해 오로지 직진만을 했던 가령의 대립이 날카롭게 그려졌다. 또한 연산군(김지석 분)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결국 만나게 된 길동에 대한 비통한 심정을 채수빈은 몰입도를 높이는 연기력으로 표현해내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가령은 길동과 결혼하게 된 계기를 묻는 녹수에게 길동이 돌아온다고 해서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혼자 있을 땐 질투 난다고 속마음을 드러내며 울었다. 채수빈은 길동에 대한 굳건한 믿음은 담담하게, 그러나 숨길 수 없는 질투로 눈물 짓는 마음은 흔들리는 표정으로 그려내 시청자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연모의 정도 다 한 때라고 말하는 녹수에게 가령은 예전 공화에 대한 길동의 사랑을 부질없게 취급하는 걸로 느끼고 화가 나 녹수를 자극한다. 이에 녹수는 연산군에게 가령의 목적을 밝혀 가령을 옥에 가두고 만다. 여기서 채수빈은 독해진 녹수의 말투와 눈빛에 맞서 선하지만 강한 눈빛과 단단한 말투로 팽팽하게 대립해 극의 긴장감을 안겨주는데 성공했다.
연산군 앞에 끌려가게 된 가령은 연산군을 가까이 부른 후 귀를 물어뜯고 자신의 심정을 피맺힌 심정으로 밝혔다. 채수빈은 핏발선 눈과 연극으로 단련된 힘있는 목소리로 남편을 잃은 처절한 마음과 백성을 괴롭히는 연산군에 대한 증오를 담아 연기해 보는 이의 소름을 돋게 했다. 특히 이 날 채수빈은 감기 몸살로 몸이 안 좋았음에도 몇 시간 동안 진행된 감정 연기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으로 연기해내 열정을 알 수 있게 했다.
마지막 장대씬에서 채수빈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눈물을 이끌어냈다. 길동의 꿈에서 예전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해 더욱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가령은 자신 때문에 흔들릴 길동을 위해 돌아서지 말라고 무작정 외치지만 막상 죽은 줄 알았던 길동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채수빈은 처연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채수빈은 높은 장대에 올라가 손이 묶인 채 눈이 가려진 상태로 눈빛 연기 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야 했다. 채수빈은 길동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흔들림을 순간 머리를 뒤로 젖히는 모습과 바로 직전 자신 때문에 흔들리지 말라고 외쳤지만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의 목소리를 막상 듣게 돼 기쁘지만 애통한 심정을 애끊는 목소리로 서방을 비통하게 부름으로써 표현해내 보는 이의 감정을 함께 이끌어냈다.
데뷔하자마자 청순한 외모에 어울리는 역에 국한하지 않고, 연극과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다양한 성격의 배역에 도전했던 준비된 배우 채수빈이 막바지로 흘러가는 역적의 마지막에서는 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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