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있는 약초 이야기] 계관화의 씨 청상자

개맨드라미

개맨드라미

“닭의 벼슬같이 생긴 꽃은 무엇일까?”라는 퀴즈를 낸다면 누구나 하나같이 맨드라미라고 답할 것이다.그렇다.서양에서 불리는 맨드라미가 바로 오늘 소개할 계관화이다. 그리고 그 계관화의 씨가 청상자(靑箱子)라는 한약재이다.(정확히는 개맨드라미와 개맨드라미씨이다.)

계관화는 한약재로 사용하지만 그리 많이 쓰이지 않는다. 주로 이질이나 대변출혈을 지혈하는 약재로 사용하고 있으나 오늘날에는 이 마저 잘 사용하지 않는다. 만약 대변에 출혈이 있다면 한의원을 찾는 것보다 응급실로 가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러나 맨드라미꽃의 씨인 청상자는 한방에서 자주 사용되니 알아두면 아주 유용할 것이다. 이 칼럼을 읽는 한의대생이 있거나 약초를 공부하는 분이라면 모든 약초 중 청(靑)이라는 글자가 들어있는 약초는 그 들어가는 경락이 간경이고 또 대부분 향(香)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약초는 비장과 위장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려드린다.

이는 음양오행설로 따져보면 지극히 단순한 이치일 것같으나 음양오행설이 아니라 한자의 파자(破字)를 이용해 귀결된 것이니 알아두면 용이할 것이다.(예컨대 음향오행으로 보면 백(白)이라는 글자가 들어있는 약초는 폐로 들어갈 것같으나 전부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상자는 간경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주된 작용을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전통 있는 한의원이 아니고서는 요즈음 한의원에서 청상자를 사용하는 한의원은 아마도 내 생각엔 없을것같다. 심지어 어느 책에서는 이 청상자가 초결명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전혀 다른 약초이기 때문이다.

결명에는 초결명과 석결명이 있는데 초결명은 우리가 흔히 듣고 차로 자주 마시는 결명자를 말함이고 석결명은 전복껍질을 뜻한다. 그럼 왜 이 맨드라미씨를 초결명이라고 했을까?

이는 이 청상자가 결명자와 동일한 효능을 지니기 때문인데 사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옛날 중국 항주에 있는 한 한약방에 환자 하나가 항상 복용하는 처방전을 가져와 약을 서너첩 지어갔다. 그런데 그만 점원이 실수로 결명자대신 청상자를 처방해주고 말았다.

이 환자는 자신이 항상 복용하는 처방이라 무엇이 들어가는지 잘 알았기에 집에 돌아와서 그 지어준 처방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후 며칠 후 다시 약방으로 찾아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당신의 가게에서 잘못 넣어준 약초로 인해 자신의 병이 악화되었다면서 책임지라고 닥달을 했다. 그러나 한약방주인은 청상자와 결명자가 그 쓰임이 같다는 것을 이미 숙지하고 있었기에 이 환자가 고의로 이 한약방을 협박해서 금품을 뜯어낼 속셈이라는 것을 알고 즉시 관리에게 조처를 취했다.

청상자

청상자

관리는 이 한약방 주인의 인품과 그의 실력을 잘 알았기에 각고을마다 방을 붙여 ‘청상자는 결명자의 별명이다’라고 규정짓고 통고하였다. 그 결과 처방전에 쓰여진 초결명 대신 청상자를 배합해도 무방하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로 인해 이 사건은 잘 마무리되었고 지금도 항주와 절강지방에서는 청상자와 결명자는 동명이물 즉 같은 이름을 지닌 다른 약초라는 뜻으로 동일한 효과를 내는 다른 약물로 자리매김하였다.

물론 더 깊이 들어가 육기체질로 분석하면 이 약초의 사용처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같은 효능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역시 예를 들자면 간혈허에는 청상자를 사용해서는 안되나 결명자는 사용해도 무방하다.)

앞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이 청상자는 간경으로 들어가 간을 다스린다. 따라서 간의 이상으로 인한 모든 증상들 예컨대 간화로 인한 안과질환 이라든지 피부질환, 혹은 혈압에 의한 어지러움, 머리가 터질 것같은 두통 등에 주로 사용된다. 이를 두풍이라고 하는데 이럴 때 청상자와 천마만큼 좋은 약초는 없다.다음은 청상자를 이용한 어지러움증에 좋은 처방을 알려드린다.

청상자와 천마를 각각 2:1 의 비율로 넣어서 물 500cc 를 붓고 약한 불로 두세시간 달인 후 세번에 나누어 공복에 마신다. 혈압강하에도 좋으며 이때 나포마를 같이 넣는다면 더욱 효과가 좋다하겠다. 나포마는 천마와 같은 비율로 넣으면 된다.

혹 눈이 충혈되었다거나 갑작스런 화로 인해 눈이 가렵고 눈물이 나올 때에는 국화, 결명자 청상자 각각 1:1:1 의 비율로 넣어서 역시 물 500cc에 넣어 약한불에 2~3시간을 끓인 후 3번에 걸쳐서 공복에 복용하면 아주 신효하다.

김성진/중방의가 한의원 원장 ◇ Joong Bahng Acupuncture & Health Supplement(8345 Garden Grove Blvd., suite 101, Garden Grove, CA 92844) ▲문의전화:(714)530-3187/Fax: (714)922-9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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