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결별” vs “좌파 앞잡이”…통합당도 ‘불협화음’

미래통합당이 ‘태극기 세력’ 등 이른바 극우와 선긋기에 나서면서 내홍에 휩싸였다. 당내서는 “이번 기회에 극우와 결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 “좌파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반발도 만만찮은 모양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통합당 내에서는 ‘극우와 거리두기를 통한 중도층 확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심정적으로 ‘태극기 세력’을 옹호하는 의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별도 언급을 삼가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한 초선의원은 “그분들이 그동안 우리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만큼 선을 긋기 쉽지 않았지만, 그 결과는 지난 총선에서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나”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 필수”라며 “극우와 중도층이 같이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도부의 행보 역시 마찬가지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그런 사람들(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민경욱, 김진태 전 의원)은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무시하면 된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사회에서 극우라고 하는 분들은 저희와 당이 다르다”고 거리를 뒀다.

내달 시작될 당무감사에서 민경욱, 김진태 전 의원 등을 대상으로 조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통합당 당원게시판에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민주당 2중대가 되려는 것이냐”, “광화문 애국단체의 저항을 극우라고 표현하고 내부총질을 자기편에게 하고 있다”, “행동하는 애국자분들을 극우라 매도하는 지도부는 사과하라” 등의 글이 다수 등록됐다.

민경욱, 김진태 전 의원 역시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민 전 의원은 “어디서 굴러먹던 하태경, 김종인 따위가 당으로 들어오더니 날더러 극우라네”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내놨다. 김진태 전 의원 역시 통합당을 향해 “의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서는 강성 당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경우 당내 기반이 약한 김종인 위원장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과거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 체제 당시 인적쇄신을 위해 당협위원장을 일괄 사퇴시키는 과정에서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며 비대위가 급격히 힘을 잃은 전례가 있다.

통합당 한 의원은 “지금은 초선의원이 많고 김종인 위원장 취임 후 당내 지지율이 올라가는 등 과거 김병준 비대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면서도 “극우라고 해도 개개인을 살펴보면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정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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