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원들이 경계 작전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AP] |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러시아와 벌써 만 2년 가까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군대에 또 다른 경고등이 켜졌다. 높아지는 장병들의 평균 연령 때문이다. 이를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군의 평균 연령은 약 43세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영국 등 대부분 국가 군대의 평균 연령이 많아야 20대 후반에서 30대인 것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한 보좌관은 더타임스에 평균 연령이 54세인 여단도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평균 연령이 이렇게 높은 것은 전쟁 직후 자원입대한 중년 남성을 대체할 젊은 병력의 투입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우크라이나의 많은 40세 이상 중년 남성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원입대했다.
전쟁이 금방 끝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들은 2년여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최전선에 남아 러시아군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년병들은 입대 당시 곧 젊은 병력이 보강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역시 늦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18세 이상이 되면 자원입대는 가능하지만, 27세가 될 때까지는 국가에서 전쟁에 강제로 동원할 수 없다.
현재 강제 동원 연령을 25세로 낮추는 법안이 추진 중이지만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에 비해 절대적인 인구가 적은 우크라이나는 젊은 병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위원회의 로만 코스텐코 의원은 "전쟁에 자원하는 젊은 사람들도 일부 있지만 이들이 대다수가 되기에는 부족한 숫자"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년 가까이 최전선에서 버티고 있는 중년 군인들은 신체적, 감정적으로 완전히 지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부상을 당한 한 50세 병사는 "전쟁 첫날 입대했는데, 이제 더 이상 견디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병사들은 최전선에 오더라도 격렬한 전투에 그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을 실망시킬 순 없다"며 부상이 낫는 대로 다시 최전선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32여단의 드미트로 사령관은 자신의 대대 평균 연령이 45세라면서 "그 나이에는 탄약과 방탄복을 최전선에 운반하는 것조차 힘들다. 그러나 부담을 덜어 줄 젊은 군인들의 유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중년병들은 젊은 세대를 전쟁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55세 병사 올렉산드르 아바네소프는 "나는 스무살짜리 애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그들은 우리나라의 꽃이며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