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민주·뉴저지).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에 대해 당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평가했다.
NYT는 27일(현지시간) '아무도 앤디 김이 오는 것을 못 봤다. 그게 바로 그가 의지하고 있었던 지점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앤디 김은 로버트 메넨데스 연방 상원의원 자리를 이어받을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됐다"면서 "누구에게서도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전략"이라고 했다.
뉴저지주 민주당의 독특한 경선 시스템 탓에 지역 당 지도부에 '출마 신고'를 먼저 하고 그들의 지지를 구하는 게 기존 선거 관례였는데, 이런 기득권을 혁파하는 전략으로 오히려 승기를 잡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미국 뉴저지주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3선 고지에 오른 한국계 정치인이다.
오는 6월 민주당 후보 선출을 위한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고, 11월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처음으로 연방 상원에 진출하는 한국계 미국인이 된다.
그는 지난해 9월 현역 의원인 메넨데스 상원의원이 뉴저지주 사업가들에게 현금과 금괴 등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 하루 만에 연방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해다.
NYT는 메넨데스 의원 기소 다음 날 김 의원이 상원 의원 선거 출마 계획을 논의하고자 소집한 고문단 전화회의 일화를 소개했다.
2018년 김 의원의 첫 연방 하원 선거에서 선거캠프를 이끌었던 잭 캐럴은 그날 회의에서 선거캠프를 발족하기까지 일반적으로 6주가 소요된다며 철저한 준비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조언을 묵묵히 듣고 난 뒤 "3시간 뒤에 출마 선언을 하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실제로 그날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출마 선언문을 올렸고, 6개월 뒤인 현재 열세를 뒤엎고 뉴저지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NYT는 "그날 김 의원의 출마 선언은 현시대 뉴저지주 연방상원 선거 역사에서 아마도 가장 운이 좋은 선거 캠프를 발족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앤디 김 연방 연방 하원의원과 경쟁하던 태미 머피 후보가 지난달 후보직에서 사퇴해 김 의원은 현재 민주당 경선에서 뛰는 유일한 유력 후보로 남게 됐다.
뉴저지주에선 1972년 이후 민주당이 연방 상원의원 자리를 한 번도 공화당에 내놓지 않아 왔다.
메넨데스 의원이 여전히 무소속 후보로 출마 의사를 접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시점에서 김 의원이 뉴저지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NYT는 전했다.
김 의원은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뉴저지주 중남부에서 3선에 성공했고, 지역구 재편으로 민주당에 더욱 유리하게 바뀌었음에도 정치 인생을 모두 걸고 이번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마 과정에서 지역 민주당 지도부에 전화 한 통화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치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뉴저지주 민주당은 당 후보들을 선출하는 경선을 진행할 때 지역별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들을 투표용지에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일렬로 모아 놓는 '카운티 라인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당 지도부의 지지를 얻지 못한 후보들은 투표용지 구석의 이른바 '시베리아' 칸에 배치하다 보니 경선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았고, 이 같은 '카운티 라인'은 지역 정치권의 기득권을 지키는 무기로 활용돼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카운티 라인 투표용지가 비민주적이고 헌법 정신에 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 법원은 김 의원의 주장을 인용해 지난달 말 해당 투표용지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시도는 불합리한 기득권에 대항하는 개혁가로서 그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의 워싱턴DC 의사당 난입 사태 후 홀로 묵묵히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진이 보도돼 전국적인 인지도와 '성실한 공복'으로서 인상을 크게 안기기도 했다.
이번 상원 의원 선거전에서는 그는 (정치) 외부자의 전술을 구사하는 내부자라는 점, 남들이 놓치는 중요한 순간을 거머쥔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김 의원과 맞붙은 두 차례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 캠프를 지휘했던 크리스 러셀 공화당 선거전략가는 "그는 마치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클라크 켄트와 같다"며 "공격적이지 않고 선의가 있고 착해 보이지만, 무대 뒤의 그는 동물적 감각을 지닌 정치인이다. 매우 기민하고 계산적이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