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단 에팅거 지휘자와 문바래니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 악장 [예술의전당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0년 만의 만남은 한국에서 성사됐다. 슈투르가르트 필하모닉, 이스라엘 심포니 오케스트라, 텔아비브 이스라엘 오페라단 음악감독인 단 에팅거와 WDR 쾰른 방송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수석인 문바래니다.
2024 예술의전당 국제음악회의 개폐막 공연의 지휘를 맡아 ‘SAC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단 에팅거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난 굉장한 운명론자인데, 어떤 일이든 가장 적절한 순간에 일어난다고 믿는다”며 “한국은 이번이 처음인데, 함께 할 악장이 오래전 알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무척 놀랍고 특별했다”고 말했다.
‘SAC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오프닝 공연을 함께 할 문바래니는 단 에팅거와의 만남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10년 전 단 에팅거 감독님이 완전히 ‘떠오르는 별’이던 시절에 저희 악단에서 함께 연주했다”며 “당시 열네 군데의 오케스트라에서 객원으로 뛰고 있었다. 전주에 했던 음악은 한 주가 지나면 기억나지 않았는데, 에팅거의 10년 전 연주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단 에팅거가 해석한 모차르트는 문바래니에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았다. 그는 “완전히 다르고 새로운 모차르트를 만들었다. 그 안에 정열이 담겨있었다”고 떠올렸다.
문바래니의 이야기를 듣던 에팅거 지휘자는 “10년 전 모차르트에 대한 나의 해석이 독일을 비롯해 유럽에서의 해석과 다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말 신기한 것은 드레스룸에서 문바래니 악장을 10년 만에 만났는데 몇 초 만에 명확하게 기억이 났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호기심이 가득하고 흥미로워 하는 눈빛이 너무나 기억에 남았다”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두 사람이 만날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는 올해로 4회를 맞는 축제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로 선보였던 페스티벌은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를 맞은 올해 국제음악제로 모습을 바꿨다.
올해의 국제 음악제(8월 6~11일)는 화려한 라인업으로 무장했다. 단 에팅거는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함께 축제의 시작과 끝을 담당한다. 개막 공연엔 네덜란드의 스타 피아노 듀오인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형제가 협연자로 이름을 올렸다. 폐막 공연 협연자는 백석종이다.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 국내 무대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를 주축으로 구성됐다. 폐막 공연에선 독일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악장 출신인 이지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악장을 맡는다.
오프닝 콘서트에선 유센 형제와 함께 플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d단조’와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을, 폐막 연주회에선 이탈리아 오페아 아리아와 림스키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를 들려준다. 에팅거 지휘자는 “폐막 공연은 오페라 아리아와 함께 오페라 같은 스토리를 들려주는 무대”라고 귀띔했다.
2024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기자회견 [예술의전당 제공] |
국제음악제의 특징은 초청공연과 공모공연으로 구성한다는 점이다. 오프닝 콘서트의 협연과 리사이들을 여는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듀오(7일)를 비롯해 피아노 거장 이모젠 쿠퍼(8일), 피터 비스펠베이(10일)의 첼로 리사이틀은 물론 해마다 새로운 기록들로 세계 콩쿠르를 석권 중인 아레테 콰르텟, 피아노계의 신성 율리우스 아살(10일)의 초청 무대가 기다린다.
아레테 콰르텟은 야나체크와 버르토크를 준비했다.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현악 사중주는 아니다. 아르테 콰르텟의 리더인 박성현(첼로)은 “동유럽을 대표하는 두 작곡가의 현악 사중주는 한국에선 조금 낯설 수도 있지만, 전혀 낯설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민족적 리듬을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적 느낌과 유럽의 느낌을 두루 받을 수 있는 음악풍이라, 더 많은 관심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준비하면서 기교적 난이도가 높아 힘들긴 하지만 아레테 콰르텟이라는 팀으로서 보여줄 수 있을 만한 곡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리톤 박주성과 202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리톤 김태한은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국제음악제에서 선보이는 14개의 공연 중 7개는 23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팀이다. ‘두 바리톤’이라는 무대를 꾸밀 김태한은 “유튜브의 영상에 댓글을 달 정도로 박주성 형의 팬이었다”며 “저희는 속된 말로 성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악 변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만의 음색과 해석으로 전달하고 싶은 가곡을 레퍼토리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피아노 반주는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맡았다.
두 사람을 비롯해 공모 공연으로 선정된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7일), 아벨 콰르텟(8일), 트로이 앙상블(9일), 피아니스트 박연민(11일), 호른 연주자들로만 무대를 꾸미는 코리안 혼 사운드(11일)의 무대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