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넘은 美피벗…韓도 ‘경기둔화’ 우려 [美연준 4년 반만에 피벗]

결정 직전까지 전망이 엇갈리던 미국 금리 인하 폭이 결국 빅컷(0.5%포인트 인하)으로 결정됐다. 통화정책의 방점이 물가에서 고용 등 경기로 급격하게 이동한 것이다. 미국은 연말까지 같은 폭의 금리 인하가 추가로 이뤄질 것도 예고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강한 의중을 드러냈다.

금융시장이 미국의 이같은 급격한 통화정책 전환을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고로 읽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해야할 만큼 미국 경제의 내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도 사정이 녹록치 않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내수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통화정책 운용 역시 물가에서 경기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번 결정 이후 “물가상승은 둔화되고 있으나 고용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이례적으로 통화정책 전환 대해 “실기(정책지연) 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도 밝혔다. 지금이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골든타임’임을 인정한 셈이다.

실제 급격한 통화정책 선회는 경기 측면에서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은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로 예상했다. 지난 6월 발표한 2.1%에서 0.1%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연말 실업률은 4.4%로 예상해 6월 예측치(4.0%)보다 0.4% 포인트 높였다.

문제는 미국 경기 우려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지난 8월 초 전세계 금융시장은 미국 경기에 대한 경착륙 시나리오로 크게 출렁인 바 있다. 연준도 이를 의식한 듯 금리 인하 발표 직후 경기침체 우려를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미 연준의 브리핑에 대해 “빅컷 단행시 경제침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는 예상된 부작용을 달래기 위해 노력했다”며 “정책 조정을 통해 노동시장의 강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며 현재의 경제상황이 시장참가자들에게 공포스럽게 다가오지 않도록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강하다고 피력하며 자칫 빅컷이 줄 수 있는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경기둔화 우려는 고개를 들고있다. 특히 미국의 경기가 악화되면 우리나라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1989년 이후 6번의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 가운데 즉각적인 경기 둔화를 겪지 않았던 적은 1995년과 1998년 2차례뿐이다. 시장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부양해야 할 정도로 경제가 좋지 않다는 해석이 소비 심리를 제한할 뿐 아니라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으로 전이될 경우 한국 수출의 핵심이 반도체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

더군다나 미국 수출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 유의할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대미 수출은 11.1% 증가한 99억6000만달러로 역대 8월 중 최대를 기록하며 13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대미 수출은 847억달러 규모로, 대중 수출(약 862억달러)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렇게되면 수출로 버티고 있는 국내 경제 성장도 더 힘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잠정치)은 -0.2%로 역성장을 보였다. 분기 기준 마이너스(-)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특히 부진한 내수는 한국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요소다. 민간소비는 승용차·의류 등 재화 소비 부진으로 0.2%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장비 등 기계류 중심으로 1.2% 축소됐다. 1분기에 3.3%나 늘어 성장을 주도한 건설투자도 1.7% 뒷걸음쳤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부양책을 통한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달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로 내려왔지만, 민간소비가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면서 더욱 이같은 의견이 나온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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