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여의도 사옥[연합]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이달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액이 지난달의 2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6조300억원 팔았다.
이는 지난달 월간 순매도액(2조8680억원)의 2배 수준으로, 일별로 보면 2일과 12일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세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가다 5월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그러다 6월과 7월 순매수세를 나타냈으나 8월부터 다시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이에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3%대로 떨어졌다.
거래소에 따르면 20일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29%로 지난 2월 21일(33.28%)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 시총 비중은 연초 32∼33% 수준이었으나 증가세를 이어오며 지난 7월 36%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순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지난달 말 34%대로 내린 데 이어 이달 11일부터는 33%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가 산재한 가운데 국내 반도체주에 대한 외국인 매물이 대거 출회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5조921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아울러 SK하이닉스도 8400억원을 순매도해 두 번째로 많이 순매도했다.
이들 두 종목의 순매도액은 총 6조7610억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바이오주와 전력기기, 이차전지 종목은 대거 샀다.
외국인은 HD현대일렉트릭을 2060억원 순매수하며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샀다. 삼성바이오로직스(1760억원), LG전자(1730억원), LG에너지솔루션(1420억원), 아모레퍼시픽(1250억원) 등도 외국인 순매수가 많았던 종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반도체주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에 대해서는 매수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국내 증시 하단이 지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다행스러운 점은 외국인 순매도가 반도체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과거 외국인의 순매도가 반도체에만 쏠리고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서는 매수 우위일 때 코스피는 반도체 제외 업종 흐름과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외국인이 반도체까지 같이 샀을 때에 비해 증시 상승 탄력은 떨어질 수 있으나 양의 방향성은 유효하다”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더 확산된다고 해도 지수 영향력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국내 증시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 해소, 중국 경기와 국내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돼야 한다”며 “다음주 마이크론 실적 발표, 미국 ISM(공급관리협회) 제조업·서비스업 지수, 한국 수출 지표 등의 결과에 따라 외국인 수급이 돌아설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반도체 업황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본격적인 매수 복귀는 어려울 수 있다”며 “다만 반도체에서 출회된 자금이 다른 업종으로 이동할 수 있어 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