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서정은·김진·신현주 기자]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시한 ‘3대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할 방침을 밝혔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81분 회동’ 이후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윤 대통령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이 정부 출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을 줄여 나가고, 친한동훈(친한)계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인사들에 대한 인적쇄신도 당과 논의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과 관련해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의중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2부속실과 관련해 어제 면담 중 대통령께서 언급하신 적은 없었다”면서도 11월 초쯤 제2부속실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면담 종료 직후 대통령실의 결과브리핑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과 관련해서는 “원보이스로 나가는 게 좋겠다고 하고 여당 브리핑을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통해 김건희 특검법 부결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감사를 전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여당이 헌정유린법을 막아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전날 한 대표의 3대 요구사항 일부를 수용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검토했던 서면브리핑을 취소,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당정이 입장차만 확인한 ‘빈손 회동’을 가진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특히 한 대표가 22일 오전 예정됐던 일정을 갑작스럽게 취소하면서 당정 갈등이 심화 국면으로 돌입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 친한계 내부에서는 대통령실의 입장 발표 직전까지 이번 회동에 대한 강경한 비판이 쏟아졌다. 친한계 지도부의 한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한 대표가) 형식적으로야 말을 다 했지만, 분위기 등을 보면 할 말도 다 못할 분위기였다고 한다”며 “이러면 파국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인사는 “답답하고, 갑갑하고, 막막하다. 귀먹은 용산”이라며 “당대표를 이렇게까지 무시하고 아무런 반응을 안 해 주는 게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인사는 윤 대통령의 맞은편에 한 대표와 정 비서실장이 나란히 앉은 좌석 배치를 두고도 “두 사람 앉혀놓고 선생님 훈계하듯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면담 종료 이후 참석한 만찬을 놓고서도 친한계 의원은 “악의적이다. 미리 만찬을 잡아놓고, 밥 먹을 시간이 됐으니 (한 대표는) 집에 가라고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만찬 자리에 추경호 원내대표가 자리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한계 반감은 더욱 커지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필요할 때 우리 의원들한테 가끔 불시에 연락하시면서 가벼운 자리를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회동으로 양측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경우 야권이 추진하는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한 친한계 의원은 “이번 특검은 정말 모르겠다”며 “대통령이 이렇게 여당 대표를 무시하면서 (김 여사의) 잘못을 감싸기만 하니, 지난번 4표 이상의 이탈표 동요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1월 본회의에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우회할 수 있는 상설특검과 함께 특검법을 ‘이중’으로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당 내에서는 강경한 친한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친윤석열(친윤)계로 분류되는 강명구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자연스러운 대화를 시작한 것이지, 담판을 짓거나 협상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대통령께서 경청하셨다고 하니 일단 (당은)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이재명 대표 1심을 앞둔 민주당이 11월2일 탄핵·정권퇴진 장외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당정이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며 “대통령이 당의 전부가 아니듯, 당대표라도 해서 당의 전부가 아니다. 당정의 위기에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